음반시장이 불황이다. 이제는 식상한 소리가 됐지만 아무튼 음반은 계속 팔리지 않는다. 어쩌다 ‘돈 주고 CD사는 사람은 바보’가 돼버렸다. 누구는 ‘아이돌 그룹만 생산하는 매니지먼트사가 문제’라거나 ‘음악파일 다운로드와 자료 공유로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 굳이 음반을 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음악 관련 콘텐츠 시장의 변화로 음반 분야가 침체된 것일 뿐 음악 시장 자체가 불황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래도 결론은 ‘이제 그 돈을 주고 CD를 사는 게 아깝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공부하던 시절 음악 시장을 관심 있게 지켜보던 필자에게 가장 신선했던 충격은 소비자의 연령층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젊은이만을 위한 시장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음반 가게에서 CD를 한 번에 몇 장씩 사고 비싼 공연의 객석을 메우는, 그러니까 문화예술계의 새로운 이슈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소비하는 계층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위치에 접어든 어른들이었다. 일찍 경제적 독립을 하거나 적은 용돈을 받는 젊은 세대는 ‘학생=가난’이라는 공식이 적용된다. 소비에는 늘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물론 프랑스도 음악파일 다운로드는 흔한 것이 됐고 그에 대한 논의와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시도들도 계속된다. 하지만 여전히 주말이면 음반가게는 구매력이 있는 어른들로 북적거린다.
용돈 몇천원을 모아 LP 혹은 CD를 사던 우리 ‘구’ 청춘세대는 이제 어른이 됐다. 학교를 졸업하고 어딘가에서 돈을 버는 경제력을 창출하는 주인공들이 됐다는 말이다. 모든 시장은 돈을 가진 자들에 의해 움직이는 법. ‘구’소비자가 더 이상 음반시장에 돈을 풀지 않으니 시장이 온전히 돌아갈 리 없다.
누구나 한번쯤 ‘일한 만큼 대가를 받지 못했다’고 투덜거려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에 좌절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남이 공들여 내놓은 아웃풋(결과물)에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고 즐기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언제 시작됐는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 이른바 ‘경제 불황’은 우리 책임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음반시장의 불황은 다름 아닌 우리, ‘들을만한 음악이 없다’며 변명하는 어른들의 책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