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부문의 주택공급 위축에 대비해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주택공사의 공급물량을 올해 15만가구, 내년 18만가구로 크게 늘리기로 했지만 당장의 기대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공급계획은 ‘사업승인’ 시점을 기준으로 세운 것이어서 실제 분양이 이뤄지는 주택수와는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또 새로 짓는 주공 아파트 5채 중 4채는 임대주택인 탓에 민간의 공급부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29일 건설교통부와 대한주택공사 등에 따르면 주공은 올해 분양 아파트 1만4,169가구, 공공·국민임대 아파트 4만9,487가구 등 총 6만3,656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해 ‘11·15 대책’에서 정부가 밝힌 주공의 연간 15만가구 공급계획과는 큰 격차를 보이는데, 이는 사업승인만 받아도 공급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는 정부의 집계 방식 때문이다. 입주자 모집 등 체감할 수 있는 공급이 이뤄지기까지는 사업승인 이후에도 최장 3년 이상 더 걸릴 수 있다.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7년간 주공이 사업승인을 받은 주택수는 60만여가구(연평균 8만6,000여가구)인 데 반해 실제 주택공급 실적은 31만8,000여가구(연평균 4만5,000여가구)에 불과하다. 아직까지는 계획했던 주택의 절반 밖에 공급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연도별 사업승인 대비 실제 공급물량의 비율도 2001년 74%에서 2003년 62%, 2006년 40%까지 떨어지는 등 계획-공급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주공 전체 물량의 약 80%를 차지해 온 임대주택이 공정률 70%를 넘겨야 공급하는 ‘후분양제’의 적용을 받는 데다, 그나마도 국민임대단지 조성을 둘러싼 지역 주민과의 갈등과 토지보상 민원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주공의 한 관계자는 “전국 100여개 현장에서 다양한 사유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어 사업승인 이후 공급하지 못한 물량이 잔뜩 쌓여있는 형편”이라며 “언젠가는 착공과 분양, 입주가 순차적으로 이뤄지겠지만 당장 큰 폭으로 끌어올리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2006년 이후에만 국민임대주택 101만여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 중 2006~2008년 사이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는 국민임대는 21만여가구, 같은 기간에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은 19만여가구로 연 평균 6만~7만가구에 불과하다. 분양가 상한제 등에 따른 민간의 공급위축에 대비하겠다면서도 여전히 임대주택의 비중이 80%에 달하는 점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책 타이밍을 고려해 단기적으로라도 분양주택, 분양전환 공공임대의 비중을 높이거나 후분양 공정률을 낮추는 등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국민임대는 영구임대의 성격이기 때문에 주택수가 늘어나도 실제 공급효과나 매매시장에 주는 영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주공의 공급물량을 늘리겠다는 방침은 시장안정 대책이라기보다는 서민주거를 위한 임대주택 정책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참여정부 들어 공공택지 공급이 크게 늘어난 효과가 올해와 내년부터 실제 공급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