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월 28일] '시공참여자 제도' 부활?

최근 국회에 '노무하도급'을 허용하라는 법안이 제출됐다. 노무하도급 허용이란 지난2008년 폐지된 '시공참여자 제도'와 사실상 동일한 내용이다. 이 제도는 건설현장에서 작업팀을 이끄는 팀장(경력이 오래된 숙련 기능인력)에게 합법적으로 도급을 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골자이다. 이것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계기로 부실시공을 뿌리 뽑겠다는 노력의 일환으로 1997년에 도입됐다. 팀장은 시공과정에서 실제로 작업팀을 지휘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면서도 아무런 관리를 받지 않아 부실시공의 주요인으로 지적됐다. 따라서 팀장에게 시공참여자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해 권한과 의무를 주는 한편, 실명화를 통해 책임을 물음으로써 부실시공을 막으려는 취지가 담겨 있었다. 다단계 하도급 합법화 수단 악용 당시 건설산업기본법은 하수급인(전문 건설업자)이 시공참여자와 약정할 경우 재하도급을 허용함으로써 하수급인의 모든 관리 책임까지 시공참여자에게 전가할 수 있게 돼 있었다. 따라서 시공참여자 약정서는 시공참여자가 고용계약 체결 및 사회보험 피보험자 관리 등을 담당하도록 규정했다. 하수급인은 고용과 관련된 행정ㆍ비용 부담에서 자유로워졌으나 반대로 건설 근로자는 고용 관련 제도ㆍ사회보험 등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음이 명확해졌다. 또한 1차로 하도급을 받은 팀장은 재재하도급을 넘기면서 서류를 시공참여자 약정서처럼 꾸며 불법하도급을 합법인 것처럼 위장하는 데 악용했다. 2006년 건설현장의 팀ㆍ반장을 대상으로 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불법하도급을 하고 있다는 비율이 약 70%에 달했다. 또한 시공참여자 제도 도입 이후 다단계 하도급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7.8%인 데 반해 더 증가했다는 응답은 55.4%로 나타났다. 도급구조의 말단에 있는 건설근로자와 합법적 건설업자 간의 고용관계는 단절됐고 통제ㆍ감독은 약화됐다. 고용관계를 전제로 전달되는 고용ㆍ산업안전ㆍ사회보험 등의 제도는 근로자에게까지 이르지 못하게 됐다. 각 단계마다 실공사비가 누수되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한 무리한 공기 단축이 성행했고 노동 강도는 강화됐다. 부실 시공, 임금 체불, 산재 다발, 사회보험에서의 소외 등의 가능성을 높였다. 더욱 악화된 근로조건은 신규인력의 진입 기피를 심화시켜 건설인력의 고령화를 촉진했다. 정부는 2003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시공참여자 제도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했다. 2007년까지 이어진 논의과정에서 일반건설업자ㆍ전문건설업자ㆍ근로자ㆍ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논의 결과 이 제도의 폐해가 심각하므로 2008년 이를 폐지하되, 향후 전문건설업자가 직접시공 및 고용의 주체가 되므로 여건을 정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때 필요한 여건은 크게 적정 공사비 확보와 고용비용 경감, 행정부담 경감 등이었다. 반대로 여건을 갖춘 후 시공참여자 제도를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다단계 도급으로 고용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는 어떠한 제도개선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폐지 후보완'의 수순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재도입보단 상생 여건 조성을 올해 1월 이 제도가 폐지된 지 2년이 지났건만 지금도 여건이 갖춰지지 못했다. 현재 상황은 직접시공 및 고용의 부담을 떠안은 전문건설업자가 이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이를 벗어버리기 위해 과거 제도를 재도입시켜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해법은 모두가 공멸하는 시공참여자 재도입이 아니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직접시공 여건의 조성에 있다. 차제에 정부의 근본적 해법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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