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전격 사임한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75) 그루지야 대통령은 한 때 국부(國父)로 추앙 받았지만 경제난과 부정부패에 발목이 잡혀 낙마하는 또 하나의 사례를 세계사에 추가하게 됐다.
셰바르드나제는 1985~90년 소련 외무장관으로 냉전 체제를 허무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특히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개혁 정책인 `페레스트로이카`의 입안자 가운데 한 명으로 국가 체제개혁에 앞장서 개혁 전도사라는 명성까지 얻었다.
소련 강경파 쿠데타 이후 조국 그루지야에 돌아온 그는 1991~92년 내전을 극복해 국가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에 1995년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경제체제를 서구식으로 바꾸는 야심찬 개혁을 추진해 미국과 유럽연합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같은 경제체제 개혁이 불행의 씨앗이 됐다. 2000년 재선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자신에 대한 충성을 담보로 막대한 국가 이권을 일부 특권세력에게 나눠주는 등 부패 지도자로 전락, 결국 벨벳혁명(무혈시민혁명)에 의해 무너지게 됐다.
한편 이번 혁명을 주도한 민주당의 니노 부르자나제(39ㆍ여)가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그루지야를 잠정 통치하게 됐는데, 야당이 확실하게 권력을 장악할 경우 친미성향의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구영기자 gy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