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Post)-김정일체제'는 3남 김정은의 1인 독재가 아니라 섭정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동북아정책연구실장은 지난주 펴낸 '핵을 지닌 북한의 도전- 어두운 그림자 속의 한줄기 희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부시 실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면 한국전쟁 이후 일관되게 유지돼 왔던 1인 독재는 계속되지 않고 섭정이 들어설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이 같은 정치적 변화는 심각한 불안정, 심지어 정권붕괴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정세 변화에 따른 한국ㆍ미국 등 나머지 6자회담 당사국의 대응과 관련, 부시 실장은 "김정일이 사망하고 새로운 지도체제가 뿌리를 내리기까지 남한 해군함정에 대한 공격, 비무장지대(DMZ)에서의 사건, 미사일ㆍ핵 실험 등 북한의 추가 도발을 예상해야 한다"며 "도발의 정치적 목적을 이해한다면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현재의 막다른 골목에서 탈출해 정권의 생존확률을 높이려면 6자회담을 통해 그랜드 바긴(일괄타결)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섭정세력에게 설득해야 한다. 다만 북한과 한ㆍ미ㆍ일 사이에 상호불신이 여전한 만큼 점진적 과정을 통해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시 실장은 또 "단기적으로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보다는 압박을 가하는데 방점을 찍어‘기존 정책을 고수할 경우 작금의 곤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되 압박과 인센티브를 적절히 결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센티브가 없는 상태에서 지나치게 압박만 가하면 북한 지도부가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시도하려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