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또 인하한 것은 실수인 것 같다. FRB가 금리 인하를 통해 얻고자 했던 신용경색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는 반면 더욱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지구촌 곳곳을 휘젓고 다닌다.
유동성의 힘으로도 경기를 부양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이른바 유동성 함정을 만들고 있다. 미국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연방기금금리를 1%대까지 내리는 초저금리정책을 폈다. 이후 국제수지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1년 동안 가파른 금리 인상정책을 펴 기준금리를 5.25%까지 올렸다. 그러나 당시 급격한 금리 인하로 인한 통화 확장정책이 미국 달러화의 약세를 부추기고 폭발적인 글로벌 유동성의 증가라는 후유증으로 나타났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글로벌 유동성의 쏠림 현상은 특히 아시아 등 이머징마켓에서 두드러졌다. 아시아 국가들의 증시 등 자산 버블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시점은 미국이 초저금리정책을 편 시점과 일치한다. 글로벌 유동성은 증시는 물론 인수합병(M&A), 원자재, 미술품 시장 등을 가리지 않고 넘쳐나고 있다.
돈의 습성은 0.1%라도 수익이 나는 곳이라면 투자 대상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다. 반면 손실 가능성이 0.1%라도 생기면 다른 투자처를 찾아 빠르게 이동한다. 미국의 금리 인하와 이에 따른 달러 약세로 글로벌 유동성의 이동은 그 이전보다 더욱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 아시아 및 중동 국가들의 인플레이션 부담이 한층 커진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금융시장 등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유동성의 이탈이 나타날 경우다. 미국 등 선진국 금융시스템마저 신용시장 경색으로 흔들리고 있는 마당에 취약한 아시아 등 이머징마켓의 금융시스템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두달 연속 콜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불구, 시중 유동성의 증가세가 잡히지 않아 고민이다. 중앙은행의 금리와 환율정책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특히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