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돈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한국은행이 은행 예금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인상한 후 하루하루 지급준비금을 쌓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채권,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늘리고 하루짜리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으로 고금리 자금을 유치하고, 은행신탁 자금까지 동원해 지준금을 맞추고 있다. 은행의 자금수요 폭증이 단기금리 급등으로 이어져 장단기 금리 역전도 눈 앞으로 다가왔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 자금 담당자들은 거의 매일 모여 회의를 갖는 등 지준금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한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지준 대상금액은 644조원. 평균 지준율이 3.0%에서 3.8%로 높아지면서 지준금은 19조8,000억원에서 24조6,000억원으로 4조8,000억원 가량 늘어나고 통화량은 120조원 가량 줄게 된다. 은행들은 지준금 마련을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은행채 발행액은 지준율 인상 발표 후 순증으로 돌아서 지준 마감일인 지난 5일까지 6주 동안 총 1조3,190억원이 발행됐다. 이중 상환금액을 뺀 순발행 규모가 6,910억원이나 됐다. CD 발행도 크게 늘리면서 CD(91일물) 금리는 4.61%에서 4.92%로 0.31%포인트 급등했다. 심지어 하루짜리 MMDA로 고금리 예금을 끌어오거나 은행 신탁계정에 있는 자금을 빌려 지준금을 채우는 고유계정 대출까지 동원했다. 그래도 5일 세 곳의 은행이 지준금을 맞추지 못해 한국은행으로부터 환매조건부채권(RP) 지원을 받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한은이 과거처럼 부족분을 알아서 메워주지 않고 자체조달을 요구하고 있다”며 “조달 스케줄이야 있지만 유동성이 줄어든 상황에서 자금수요가 갑자기 늘어 하루하루가 빠듯하다”고 전했다. 한은은 지준금 부족이 부도처럼 은행의 신용도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지금까지는 지준금을 못 맞추면 RP를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지준금을 못 맞출 경우 부족금액에 대해 연24%의 높은 과태금이 부과된다”며 “아직까지는 과태금을 부과한 적이 없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지준금을 메우기 위해 매일 자금조달에 매달리면서 자금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단기 금리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2일 현재 CD는 4.92%, 통안채 1년물은 4.94%, 국고채는 3년물 4.97%, 5년물 4.99%로 3개월에서 5년물까지 모두 4.9%대에 밀집했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장 막판에 웃돈(가산금리)까지 얹는 등 시장이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며 “지준율 인상이 자금시장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은행 관계자도 “은행채ㆍCD 발행금리는 많이 올라갔고 수신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며 “지준율 인상 후 은행들이 대출ㆍ투자 등을 미루고 있어 파급효과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