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가 악화되면서 경제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5월 들어 물류대란, 사스영향 등으로 수출증가율이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4.4%에 그치고 소비와 기업투자도 계속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 중 3.7%성장을 보인 우리경제는 2분기엔 1% 남짓한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를 비롯한 연구기관이 올해 성장전망을 잇달아 하향조정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대부분의 연구기관이 올해 성장 전망을 당초 5-6%에서 4%선으로 하향조정한데 이어 당초 5%성장을 내다봤던 정부도 4%정도의 성장도 달성하기 벅찰 것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해 실질성장이 3%에 그칠 것으로 보는 연구소도 있다.
3-4% 정도의 실질성장을 위기상황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올들어 가시화되고 있는 경기둔화가 소비위축과 금융경색 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경기회복을 낙관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비록 수출증가세가 두 자릿수로 회복된다 하더라도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부동산투기를 부채질한다는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린데 이어 정부에서는 4.2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있으나 소비 및 기업의 투자활성화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소비와 투자는 정책변수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참여정부 출범이후 분출되고 있는 노사갈등과 사회적 혼란, 그리고 이를 처리하는 참여정부의 입장과 방식 등이 기업과 국민의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경영자를 비롯한 재계는 노사관계에 대해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는 참여정부가 친노동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시각이다. 투자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로 노사불안과 정책성향을 꼽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기흐름에 비추어 현재 우리경제는 장기침체에 빠지느냐 아니면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국면으로 들어서느냐의 기로에 처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책대응이 그만큼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 취임 100일을 맞은 노무현 대통령이 앞으로 경제회생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것은 시의 적절한 인식변화로 평가된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경제문제를 정책의 최우선순위로 삼고 기업과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경제정책은 타이밍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대환기자 d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