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중일 바둑 영웅전] 이세돌의 흉내포석

제1보(1~16)



제4국을 위해 명인전 후원사인 하이원 그룹에서 정선에 대국실을 마련했다. 다시 흑백이 바뀌어서 제4국은 강동윤의 흑번이다. 서반의 이채는 이세돌이 선보인 흉내바둑이었다. "흉내바둑이라면 일본의 후지사와 호사이(藤澤朋齊)가 원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목진석) 사이버오로의 오늘 해설자는 목진석9단이다. 필자와는 친한 편이어서 마음놓고 질문을 퍼부었다. 중국을 두 차례 함께 다녀온 친분이 있다. 그것도 목진석이 십대였던 시절에. "흉내바둑이라는 것은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써먹는 전법아닌감?"(필자) "꼭 그렇지도 않아요. 이세돌은 연속 대국으로 피로가 누적돼서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시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따라만 두면 되니까 체력 소모가 적거든요."(목진석) "예전에 서봉수가 조훈현을 상대로 흉내를 몇번 시도한 일이 있잖아. 그때는 조훈현이 확실한 강자였지."(필자) "그 경우는 그랬지요."(목진석) 복기시간에 이세돌은 흉내바둑을 시도한 이유를 말했다. 강동윤이 펼친 고바야시류 포석이 그 원인이었다는 것이었다. 고바야시류 포석이란 일본의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가 즐겨쓰던 흑5의 귀굳힘을 말한다. 백은 참고도1의 백1에 전개하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 있다. 그때 흑은 2로 걸치게 되고 백7까지로 일단락이다. 흑8과 10은 당장 할 수도 있고 보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포석이 흑의 주문이라고 판단한 이세돌이 흉내바둑을 시도하게 된 것이었다. 흑15는 흉내를 더이상 하지 못하게 하는 수였는데 여기서 이세돌이 아주 재미있는 수를 들고나왔다. 백16이 그것이었는데 필자는 이 수를 보자 매우 감격했다. 필자가 인터넷 바둑을 둘 때 몇차례 실험을 한 바로 그 수였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세요?"(목진석) "정말이라니까."(필자) 필자는 필자의 창안품인 줄만 알았는데 원래 족보에 있는 수라고 한다. 원래 이런 형태에서는 참고도2의 백1이 삭감의 급소지만 지금은 흑2 이하 6이 좋은 수가 되어서 백이 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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