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쟁구름 걷히고 햇살 비출까

뉴욕 증시는 이번 주에도 이라크 전쟁의 인질에서 풀려나기 어렵다. 증권투자자들은 경제뉴스와 기업 수익엔 관심이 없고, 모두들 CNN등 뉴스채널만 쳐다보고 있다. 이른바 `CNN 효과`가 뉴욕 증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주 뉴욕 증시의 최대 관심사는 미ㆍ영 연합군이 바그다드를 점령할 것인지 하는 점이다. 현재의 전황으로는 긍정적이다. 이라크의 최정예부대라고 하는 공화국수비대도 힘없이 무너졌다. 미군의 `번개작전` 앞에 재래식 소총 한자루에 의지하는 이라크 수비병들은 무용지물이었다. 이라크 포로는 “탱크에 포탄이 떨어져 옆에 차량에 숨으면 그곳으로 포탄이 떨어졌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항복하는 길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라크 군은 수천명이 죽고, 포로로 잡혔다. 미국의 마지막 작전은 미군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바그다드 시민을 안정시키며 수도로 진격하는 것이다. 이미 미군 탱크 부대는 바그다드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을 장악했고, 바그다드 시내 주요 거점에 특수부대를 투입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바그다드가 함락될 경우 2001년말에 카불 함락시의 증시 폭등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아프간 전쟁때 북부 반군이 카불을 점령하자 그동안 가라앉았던 뉴욕 증시가 일거에 상승했고, 미국 경제의 분기 국내총생산(GDP)는 플러스로 넘어섰다. 이번 주에 바그다드가 무너지면 미국 경제는 일시적으로 회복, 작은 사이클(미니)의 호황을 구가할 것으로 보이며, 주가도 일시적인 상승이 기대된다. 뉴욕증시와 이에 연동하는 세계 증시는 철저히 미ㆍ영 연합군의 편에 서 있다. 미군이 전진하면 주가가 오르고, 정지하면 주가가 가라앉았다.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지난주말에 전황이 급격히 바뀌면서 이번주 뉴욕 증시는 이라크전 조기 종결의 무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황이 급전하면서 유가와 금값이 하락하고, 리스크가 높은 금융상품으로 자금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군이 완강히 저항, 미군의 희생이 커질 경우 그 역의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바그다드 시가전은 보병이 소총을 들고 근거리전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이라크 군의 저항 여부에 따라 전쟁 속도가 달라진다. 일부에서는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일어났던 치열한 시가전의 양상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지난주에 이라크군의 저항이 의외로 무력화되고 있다는 증거들이 나타났다. 이라크군의 바리케이드가 미군의 장갑차를 이겨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사막을 질주, 바그다드에 들어섰는데, 미국 경제의 지표들은 수렁에 빠져있다. 이 갭, 즉 한편에선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라앉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경기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양면성이 존재하는 한 뉴욕 증시의 장기 랠리는 기대할 수 없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지난주 뉴욕 증시는 다우존스 지수가 131 포인트(1.6%) 상승하고, 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1.6%, 1.0% 각각 상승했다. 한주 전에 미군이 초기 작전실패로 질척거릴 때 주가가 가라앉았던 것과 상반되는 것이다. 이번주 뉴욕 증시를 비교적 밝게 보는 것도 이 점 때문이다. 다우존스 지수는 전쟁 직전의 저점에서 10% 상승했으며, 다른 두 지수도 연초 주가를 회복했다. ◇1ㆍ4분기 어닝시즌 임박= 내주부터 뉴욕증시 상장기업의 1ㆍ4분기 경영실적이 발표되는 어닝시즌이 시작된다. 이에 앞서 이번주에는 다우존스 구성기업 가운데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수익이 발표되는데, GE의 수익은 지난해 4ㆍ4분기에 비해 조금 낮은 수준에서 나올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보고 있다. 애보트 랩스, 야후 등도 이번 주에 분기 수익을 발표한다. 이번주의 발표는 내주 어닝시즌의 길을 튼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내주에는 S&P 500 지수 구성기업의 144개, 다우존스 지수 구성기업의 12개가 수익을 발표할 예정이다. ◇거시 지표는 과거의 일= 지난 주에 발표된 미국 경제의 거시지표는 매우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신뢰지수가 10년만에 최저로 나왔고, 공장주문, 제조업 및 비제조업 지수 등이 모두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 범위로 떨어졌다. 3월의 일자리수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전쟁 전의 불안감이 경제 모든 영역에 확산됐고, 지난 2월 미 동부지역에 수십년만에 최대의 눈이 내렸다는 특수성을 감안할 경우 왜곡이 많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전쟁의 확실한 전기가 마련될 경우 소비자심리지수와 투자 활력이 생겨나기 때문에 과거 지표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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