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화가 전광영씨
"한국미술, 세계로 관심 돌려야"
"인터넷 시대에 화가는 더 이상 소수 관객이나 컬렉터들만을 만나는 예술가는 아닙니다. 인터넷에 작품이 뜨면 이론적으로는 5억명 까지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이제 화가들도 세계를 무대로 뛸 자세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의해 2001년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전광영씨(57)는 일찌감치 해외무대에서 더 인정을 받아 온 작가. 바젤, 시카고, 마이매미, 쾰른 등 굵직굵직한 국제 아트페어에서 높은 작품 판매실적으로 통해 인정을 받아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오히려 인지도가 떨어져 이번 올해의 작가 선정으로 비교적 뒤늦게 제도권의 인정을 받은 편이다.
전광영씨는 특히 지난해 6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미술품 견본시장에서 전작품이 솔드 아웃되는 기쁨도 누렸다. 오는 6월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전시와 해외 전시를 준비중인 전광영씨를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올해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전시일정 때문에 신경을 쓸 일이 많지만, 내년에는 뉴욕 전시등 외국에서의 전시일정이 많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선 뉴욕 킴 포스터 화랑과 미셸 로젤필드 화랑 두 곳에서 동시에 전시를 갖습니다. 물론 해외 아트페어에도 꾸준히 작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뉴욕의 두 화랑에서 전시를 갖는 것은 국내 작가로는 지극히 이례적인 일인데, 지난 10월 킴 포스터 전시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당시 출품작들이 거의 매진되는 큰 호응을 얻었는데, 컬렉터들의 질적 수준이 크게 높아진 것도 전광영씨의 뉴욕 진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당시 주 고객층을 보면, 휘트니 미술관등 유명 뮤지엄의 수석 큐레이터들이 작품을 구입했는가 하면,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인 레브론 사 등 미국의 몇몇 대기업들이 주요 수집가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전광영씨의 작품이 국내 보다 해외에서 먼저 각광을 받게된데는, 전씨의 작품이 동양적인 미의 감각을 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는데서 찾을 수 있다. 한지로 보자기를 쌓아 화면 가득히 메워가는 그의 작품은 그대로 시공의 간격을 응축시켜 보여주는 밀도있는 노동의 미학을 보여준다.
"시골 약방에서 한지로 약을 정성껏 쌓는 것을 보고 한국적인 보자기 문화가 갖는 휴머니즘적인 미덕을 보았습니다. 현재 저의 작업도 마찬가지이지요. 가령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를 위해서는 대략 2~3억 개의 작은 보자기들이 필요합니다. 강도높은 노동이 요구되는 작업입니다."
전통과 휴머니즘 그리고 노동이 함께 하는 전광영씨의 작품이 해외에서 각광을 받는 것은, 규격화된 박스 문화에 익숙한 그들에게 보자기가 갖는 푸근한 덕담과 미덕을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다.
"서구의 컬렉터들이 제 작품에 주목하는 것은 꼭 동양적인 분위기 탓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들은 작가에게 변화를 요구하지요. 의미있는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가 항상 고민입니다.
이용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