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통해 사상 유례없이 4명의 기관장을 ‘퇴출’시킨 만큼 그 후유증과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84년 첫 공공기관 평가제도가 도입된 후 지금까지 기관장 해임이 건의된 사례는 2001년 당시 박문수 광업진흥공사 사장 1건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임명권자가 퇴출하기 전에 자진 사퇴했다.
이번에 퇴출되는 기관장은 사실상 사회적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정부 평가 결과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보지만 이미 조직 내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 ‘무능한 CEO’로 낙인 찍힌 이상 설사 소송으로 간다고 해도 자리에서 견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이번 평가가 미칠 후유증이다. 당장 이번에 ‘경고’ 조치를 받은 17명 기관장의 경우 내년 평가에서 다시 경고 조치 대상이 될 경우 해임 건의에 들어간다. 이번에 퇴출된 기관장은 대부분 소규모 기관에 불과했지만 ‘경고’ 조치를 받은 기관은 주택공사ㆍ토지공사ㆍ방송광고공사ㆍ공무원연금관리공단 등 대규모 기관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들 중 한 곳이라도 내년에 퇴출될 경우 올해 4개 기관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의 파장이 공공기관 사회에서 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과연 이번 평가 결과가 100%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고유과제에 대해 기관별로 사업내용과 환경이 다른데 계량화에 따른 단순 비교가 가능한지를 놓고 논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평가의 주요 기준으로 선진화ㆍ경영효율화 등 공통과제가 50%를 차지했는데 인력조정이나 보수조정ㆍ노사관계ㆍ청년인턴채용 등이 주요한 기준이 됐다. 즉 기관의 성격과 상관없이 얼마나 사람을 많이 자르고 정부 시책을 충실이 좇았는지가 평가 기준으로 작용한 셈이다.
한편에서는 이번 평가가 대규모 기관에 유리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소규모 공공기관이 시골에서 혼자 교과서로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대형 공공기관은 대치동에서 고액 과외를 받는 학생”이라고 비유했다. 실질적으로 공공기관 선진화를 얼마나 추진했는지를 점수로 계량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른바 점수를 많이 딸 수 있는 ‘맞춤식 개혁’에는 힘이 세고 정부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기관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평가 과정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일부 기관장과 기관들은 막판에 구명 로비 움직임까지 펼치면서 혼탁 양상마저 빚어왔다는 점은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