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이민자 수용 적극 검토할 때다'이민자를 많이 받아들이면 고령화 충격을 해소할 수 있을까'
이민정책은 고령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연금, 여성, 출산, 복지, 교육 등과 함께 빠짐없이 논의되는 핵심 이슈중의 하나다. 이민인구를 늘림으로써 고령화로 부족해진 노동력을 보완하고 급격히 하락하는 출산율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 때문이다.
이민은 대개 한창 일할 나이인 젊은이들이 떠나게 마련. 또 경험상 이민여성들은 아이들을 상대적으로 많이 낳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이 때문에 이민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출산율 하락 방지와 노동력 보충을 시도해왔다.
실제 과거 10년동안 유럽과 미국의 인구가 증가한 데는 이민온 사람들이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이민정책이 없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선진국과 영 딴판이다. 지금까지 '세계 속의 한국'을 외치면서도 유독 외국인들에 대해서만은 폐쇄적이다.길거리에서 만나는 외국인들은 친절하게 대하면서 정책은 전혀 딴 방향이다. 지독한 이중성. 외교통상부 재외국민 이주과에 이민자 연령층에 대한 통계조차 없다.
사정이 이런데 정부가 고령화를 염두에 두고 이민정책에 접근한 적이 있었는 지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외환위기이후 조기 유학 붐이 일고 더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해 이민을 떠나는 사람수가 급증하고 있으나 이로 인해 국내 노동시장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에 대한 분석도 전무하다.
고급 기술 인력일수록 해외로 이민을 떠나는 사례가 많아 인재유출현상이 심각한 지경인데도 그렇다. 문제 의식이 없으면 결과는 뻔하다.
이규용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산율 하락과 인재유출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이민정책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선진국의 경험을 바라보자
캐나다ㆍ호주 등 선진국들은 이민자에 대한 빗장을 풀어 노동인구 부족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게르만 선민주의'에 사로 잡혀있던 독일조차도 외국인 노동력 수혈을 위해 지난 2000년부터 국적법의 혈통주의를 버리고 속지주의를 택했다.
폐쇄적인 노동시장으로 이름난 일본에서는 기업이 일정한 세금을 내고 외국인을 고용하는 '고용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고령화의 매를 먼저 맞고 있는 선진국들이 이민에 호의적인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 친(親)이민정책을 짜라
그러나 우리에겐 이민을 논하기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수북하다. 인권문제까지 끄집어 내야하는 외국인 근로자 처우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가. 또 급증하는 탈북자문제는, 또 중국등과의 외교적인 문제, 중소기업의 인력난, 쉽게 낮아지지 않는 실업자들의 눈높이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첩첩산중이다. 그러나 빠른 고령화속도를 생각하면 머뭇 거릴 시간이 없다. 이민을 받아들이는 데 대한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 정부의 결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민정책의 중심은 개방이다. 특히 고급인력에 대해서는 문호를 대폭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김기환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대사는 "싱가포르처럼 전문자격을 갖춘 사람에 대해서는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영주권을 서슴지 말고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야만 쓸만한 노동인구들이 우리나라로 유입될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재외 동포들에 대한 관리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들은 모두가 우리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국적법도 손질해야 한다.
▶ 다른 고령화정책과 연계되야 효과
그러나 이민정책을 잘 짠다고 해서 고령화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건 아니다. 이민정책에 대한 OECD의 제안은 '이민에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되 지나치게 의존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OECD는 "이민이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현상을 어느정도 상쇄해 줄 수 는 있겠지만, 이민만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이유는 이민을 받아들일 경우 초기에는 노동력을 보충하는 데 당장 도움을 받겠지만 이민인구도 언젠가는 늙게 될 것이며 정착이후에는 우리 문화에 동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민만으로는 고령화 충격를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저지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OECD가 전하는 메시지는 이민정책을 연금개혁과 복지 제도 손질, 여성, 출산, 교육정책등 다른 정책수단과 잘 연계해서 활용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