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건물 입주자도 안전관리 의무 있다" 만취상태의 취객이 안전관리가 소홀한 건물 외벽에 진입했다가 추락사한 경우, 해당 건물의 입주자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건물을 실제 사용하고 있는 입주자도 안전관리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판결로 풀이된다. 8일 법원에 따르면 동호회 회원들과 회식을 하던 K(25)씨는 술을 깨기 위해 종로의 P극장 건물 난간에 서 있다가, 발을 헛디뎌 바닥으로 추락해 현장에서 숨졌다. 당시 K씨의 혈중 알콜농도는 0.25%로 만취 상태였다. K씨 부모는 P건물 입주자인 P극장을 상대로 추락 위험이 있는 난간이었음에도 진입금지표지나 추락방지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아 사고를 당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들은 공동불법 행위자로서 원고에게 각각 8,900만여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피고들은 “이 사건 옹벽과 옹벽위 공터까지는 좁은 골목길로 돼 있고 입구에 철문이 설치, 출입이 통제됐다”며 "K씨 사망사고는 '공작물의 통상의 용법에 따르지 아니한 이례적인 행동'의 결과 발생한 것으로 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며 즉각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민사5부(이성호 부장판사)는 "사고 장소로 들어가는 통로에 철문이 있기는 하나 자물쇠를 채워 문을 잠그지 않은 상태로 방치돼 있었고 옹벽 위 공터에는 인접 건물 오락실의 손님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바람을 쐬는 장소로 이용하고 있었다"며 "K씨가 공터쪽으로 출입한 행위를 공작물의 통상의 용법에 따르지 아니한 이례적인 행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 K씨 유족측의 손을 들어 줬다. 다만 재판부는 K씨가 술에 만취해 부주의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 P극장 등 피고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