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네트워크 시대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에서 겪는 어려움 중에 학연ㆍ지연ㆍ혈연 등 연(緣)에 의해 일이 좌우되는 문화적 환경을 드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필요 이상으로 만연된 ‘끼리끼리 문화’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대목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 외국의 한 유력 언론은 이러한 우리 문화가 환란을 자초한 원인이 됐다고 비중 있게 다룬 적이 있다. 한국에는 이런 저런 연으로 얽힌 카르텔이 존재하고 비합리적인 연 문화가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이러한 연 문화에도 무조건 배척해야 할 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맹목적으로 학연ㆍ지연ㆍ혈연을 좇는 풍토는 비판받고 극복돼야 하겠지만 합리적으로 형성된 연은 좋은 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직연(職緣)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과는 업무 추진 과정에서 많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개개인의 업무 능력에 대한 자연스런 검증도 가능하다. 일시적으로 헤어졌다가도 좋은 직연을 다졌던 동료들을 다시 찾게 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업무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직연은 긍정적 요소가 많다. 직연은 성과가 중요시되는 시대에 좋은 네트워크의 하나라고 본다. 좀 다른 얘기일지 몰라도 지구촌 무대로 옮겨보자. 업무의 성공을 위해서는 갈수록 인적 네트워크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외국사람들을 보면 국제회의가 열릴 때마다 시간을 쪼개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분주하다. 이러한 것도 국제간 네트워크를 견고히 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조달청은 국제적으로 그 진가를 인정받은 전자조달시스템의 정책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전자조달시스템은 전자정부의 중요한 축일 뿐만 아니라 입찰 과정의 투명성을 추구하는 것이어서 개발도상국의 관심 또한 크다. 개도국을 대상으로 전자조달시스템에 대한 정책설명회를 갖는 것도 등한시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도국에 여러 가지 영향력을 가진 국제금융기구와의 연을 쌓아가는 일이다. 세계은행ㆍ아시아개발은행ㆍ미주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구들은 낙후된 개도국 공공 부문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의 지원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조달청이 최근 들어 국제금융기구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에 비중을 두는 것도 바로 정책 수출에 이러한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우리 사회에 둥지를 틀고 있는 연 문화도 지구촌 시대의 흐름에 맞춰 합리적으로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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