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기관은 아직도 단타족?

외국인들이 24일 연속으로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국내 증시 수급이 흔들리던 지난달 26일 국내 투자자들은 기관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었다. 통상 적립식 펀드의 계좌이체가 25일을 전후해 가장 많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날 투신을 중심으로 기관의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결과는 시장의 기대와는 전혀 딴판으로 나타났다. 이날 시장에서는 기관들의 매물이 1,545억원이나 쏟아지면서 코스피지수가 하락세로 반전됐다. 기관들이 갑자기 순매도로 돌아선 것은 하이닉스 채권단의 지분매각이라는 돌출 변수 때문. 채권단은 이날 장 마감 후 전체 지분의 23.4%(1억300만주)를 종가보다 7.9% 할인된 가격으로 국내외 투자자에게 매각했다. 이 가운데 3,800만주가 국내 기관에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됐다. 기관들로서는 이 물량을 받아 다음날 장에 내다 팔 경우 아무런 위험부담 없이 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블록딜에 참여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 것이다. 고객의 돈을 운용해주고 대가를 받는 기관들이 수익을 내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기관들이 눈앞의 이익을 위해 시장의 변동성을 너무 키운다는 데 있다. 기관들은 3,800만주에 달하는 엄청난 물량을 인수 다음날부터 시장에다 쏟아냈다. 기관들이 26일 이후 3일 동안 7,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면서 코스피 주가도 40포인트나 급락했다. 지금 우리 증시는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저금리 속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적립식 펀드와 변액보험 등을 통해 몰려들면서 증시가 재평가받고 있다. 연말부터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 장기 상승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이제 우리 증시에서도 기관들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관이 단기수익에 급급해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기관의 단타 때문에 시장의 질서가 흐려지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다면 자본시장의 발전에도, 기관 자신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기관들도 긴 안목을 가지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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