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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이창호, 물러서서 지키다

제4보(37∼51)



이창호는 일단 흑37로 씌워 공격대형을 취했다. 그는 강동윤의 작전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이 친구가 나를 시험하는구나. 집차지는 잘해도 공격에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고 보고 있구나.

강동윤은 그리 시간을 많이 쓰지 않고 백38로 응수했다. 타이젬의 해설을 맡은 홍민표7단이나 사이버오로의 해설을 맡은 신조대협7단이 동시에 깜짝 놀랐다는 멘트를 올렸다. 신조대협은 그야말로 사이버 세계에만 통하는 가명인데 물론 프로7단이다. 사이버오로측에서는 그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말아달라고 했다. 허약한 프로에게는 해설을 맡기지 않는 법이니까 상당히 센 프로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자면 필자는 사이버오로측의 방침에 불찬성이다. 유료 사이트여서 일정한 요금을 정기적으로 내고 해설을 듣는 네티즌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본다.

이창호의 흑39는 초강경의 대응. 하기야 지금은 무조건 이렇게 가야 한다. 우변을 백에게 모두 내주더라도 하변에 거대한 진영을 만들어야 한다.


강동윤의 백40이 다시 한번 검토진의 예상을 뒤엎었다. 참고도1의 백1로 젖혀 백5까지 난전이 벌어질 것으로만 알았는데 백40으로 초보자 같은 뭉툭한 행마를 하다니. 귀는 귀대로 차지하고 중원족도 따로 수습할 예정인 모양인데 너무 심한 것 아닐가. 순식간에 백48까지의 절충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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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이 좋은 것 같아요."(홍민표)

"하변은 다 흑집이 된 건가?"(필자)

"아직은 아닙니다. 하지만 혹시 백이 살더라도 흑이 나쁘지 않아요."

홍민표7단이 예상한 가상도는 참고도2의 흑1 이하 흑5였다. 백이 억지로 살자고 들면 살 수는 있겠지만 백은 계속 피곤한 바둑이라는 설명이었다. 이창호는 조심성 있게 실전보의 흑51로 물러서서 지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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