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화선' 임권택감독 영화제 첫 수상임권택감독이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함으로써 한국영화의 오랜 숙원을 풀었다.
프랑스 인기여배우 비르지니 르도아의 사회로 26일 오후 팔레 드 뤼미에스 극장에서 2,000여명의 관객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제55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취화선'을 들고 경쟁부문에 두번째 진출한 임권택감독은 미국의 폴 토마스 앤더슨감독과 함께 감독상을 공동수상했다.
올해는 특히 22편의 후보작중 14편이 과거 칸영화제에서 수상했거나 후보에 올랐던 거장들의 작품일 정도로 대작이 대거 출품돼 영화제 폐막 직전까지 예측불허의 경합을 벌였다.
앤더슨감독과 함께 무대에 오른 임권택감독은 "질 자콥 심사위원장과 여러 심사위원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 상을 남북한 통틀어 우리 민족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 영화를 위해 애써준 최민식, 안성기, 정일성 촬영감독등 모든 스태프에게 인사를 돌리는 임감독의 수상소감이 이어졌다.
그때 극장안에 마련된 와이드 스크린에는 그의 부인 채령씨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비쳐져 보는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어 옆에 있는 스태프들의 상기된 얼굴도 클로즈업됐다.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영화제인 칸 영화제는 지난 46년 처음 개최된 이래 무수한 거장들을 배출하며 세계 영화 흐름을 이끌어왔다.
우리나라는 지난 83년 이두용 감독의 '물레야 물레야'가 비경쟁부문인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받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어 89년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감독 배용균) , 97년 '내 안에 부는 바람'(감독 전수일), 98년 '강원도의 힘'(감독 홍상수), 2000년 '오?! 수정'(감독 홍상수)이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으며, 임권택 감독은 2000년 '춘향뎐'으로 경쟁부문 첫 테이프를 끊었다.
심사위원장 데이빗 린치감독은 "세상이 테러위협으로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에 휩싸여있지만 우리는 모두 영화를 위해 여기에 변함없이 모였으며 우수한 작품들이 많아 선정에 고충을 겪었지만 최종 선택에 우리는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에는 '악마의 씨' '차이나 타운'으로 유명한 폴란드 출신의 미국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연출하고 프랑스가 제작한 '피아니스트'에 돌아갔다.
죽음을 무릅쓰고 나치 포로 수용소를 탈출한 폴란드 작곡가 블라디슬라프 즈필만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심사위원대상에는 '괴짜감독'으로 유명한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과거가 없는 남자'가 수상했다. 그는 다른 수상자들과 다르게 자신에게 감사한다라는 짤막한 수상소감을 밝히고 바로 단상을 내려가 좌중을 놀라게 했다.
작품은 길거리 불량배들에게 폭행을 당한뒤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코믹하고 명상적이면서도 자유롭고 철학적이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