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파생금융시장 육성하자] <3·끝> 잘못된 인식 바로잡아야

“카지노” 나쁜 이미지 털고“고수익 대상” 적극 참여를<br>“선진금융 경쟁력 갖추기 위한 필수코스”<br>시장활성화되면 금융기관·개인 윈윈 가능<br>정부·민간 함께 전문가 양성등 노력해야



국내 굴지의 글로벌 기업 A사는 지금까지 외환 헤지를 하지 않았다. 사업 부문별 책임자들이 외환 헤지의 중요성과 그 장점을 충분히 알지만, 파생금융상품을 잘못 건드렸다가 손해를 볼 경우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회사의 많은 사업 부문, 특히 해외법인에서 헤지를 하지 않았고 그래서 1ㆍ4분기에 수천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했다. 이 회사의 한 간부는 “사업 부문별로 헤지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회사 차원에서 환 헤지의 원칙을 세웠어야 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A사는 최근 들어 환 헤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엄청난 수업료를 내고 외환파생금융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에서마저 파생금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만연한데 하물며 중소기업에서 파생상품은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한국에서는 파생상품하면 ‘대형 금융사고, 공인된 카지노’라는 나쁜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우리나라도 지난 4월 중순에 모 시중은행 대리가 무려 400억원에 육박하는 파생상품 거래로 대규모 손실을 입혀 온 나라를 흔들었다. 9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던 마이론 숄즈 교수가 참여한 미국의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는 파생금융시장에 손을 잘못 대 무려 1조달러에 이르는 손해를 봤다. 95년에는 200년 역사의 영국 베어링그룹이 싱가포르 법인의 닉 리슨이라는 직원으로 인해 10억달러의 손실을 입으며 매각되는 불운을 겪은 적이 있다. 주재성 금융감독원 복합금융감독실장은 “파생상품은 선진금융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공력을 쌓아야 하는 분야”라며 “금융기관들이 예대마진이나 수수료 같은 전통적 경영으로 먹고 살아서는 안된다”면서 “파생상품은 무리만 하지 않으면 금융기관에 고수익을 안겨다줄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장외파생상품 가격평가프로그램을 검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금융공학센터와 공동으로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하루 수십~수백조원에 달하는 환율ㆍ금리ㆍ주가 등 관련 파생상품에 대해 자동감시를 실시해 이상매매ㆍ불공정거래를 적발하고 국내 파생상품 시장에서 단연 수익을 높이 올리고 있는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손익 부당이전 여부까지 감시하고 있다. 임상규 금감원 파생상품감독팀장은 “파생상품거래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파생상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버려야 시장이 활성화돼 금융기관ㆍ개인 등이 모두 이익을 보는 윈윈 게임”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파생상품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며 규제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당초 장외 파생상품 업무 겸영을 위한 자기자본 기준을 삭제해 모든 증권사에 허용할 계획이었으나 과당경쟁에 대한 우려 등으로 먼저 1,000억원으로 낮춘 뒤 2년 후에는 자기자본 기준을 완전히 폐지하는 등 단계적으로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 정책을 실시할 방침이다. 또 장외 파생금융상품 기초자산에 광물과 농수산물 등 일반상품도 포함시키는 규제완화 방안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국내 은행ㆍ증권사들이 더욱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파생상품 시장에서 내공을 쌓으라는 선택이다.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이 같은 시장변화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리먼브러더스가 증자까지 해가며 장외파생시장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 파생상품시장이 매우 매력적이라는 반증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파생상품 시장에서 벌어질 한국인 대 외국인의 정면대결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은행 파생상품사업단의 황민택 차장은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파생상품 계약서를 던져주면 눈 질끈 감고 사인하는 실정”이라며 “우리 금융기관도 주식ㆍ옵션ㆍ통화 등 모든 분야에서 파생상품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원화를 대상으로 한 파생상품 거래에서만큼은 외국계에 내주지 않고 국내 은행들이 따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만호 산업은행 금융공학실장은 “파생상품은 디지털미디어처럼 한국인의 성향과 능력에 딱 맞는 분야”라며 “정부ㆍ민간ㆍ대학ㆍ금융기관이 노력하면 세계적인 파생금융 전문가 양성이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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