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경쟁력 약화 불구 화폐가치 안정최근 이어지고 있는 미국 달러화 가치하락이 아시아 국가들에게 숨쉴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17일 최근 달러화 가치의 하락세가 비록 대미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아시아 각국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
변동 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의 달러대비 화폐가치는 싱가포르 달러가 지난 한달간 5% 급등하는 등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달러화 가치가 엔화대비 110엔대로 떨어진 이번 주 아시아 국가의 화폐가치는 급 상승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각국 화폐가치의 불안정 해소
달러화 약세는 우선 중국ㆍ 말레이시아ㆍ 홍콩 등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이들 국가의 평가절하로 인한 아시아 금융시장 혼란 가능성을 제거했다는 게 저널의 분석이다.
이들 고정환율제 채택 국가는 달러화 강세 지속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자국 화폐가 고평가 되면서 평가절하 압력을 받아왔었다. 특히 지난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부터 자국화폐의 고평가 상황이 지속된 중국에서는 자국의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화폐가치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중국 위안(元)화 평가 절하는 자칫 '경쟁적 평가절하'라는 아시아 금융시장의 일대 혼란을 몰고 와 결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모든 국가가 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중국정부가 선뜻 단행하지 못했던 상태다.
달러화 가치가 하락함으로써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 등의 화폐가치가 상승하면서 아시아 금융의 혼란 없이 각국 화폐가치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달러화 표시 채무에 대한 이자부담 감소
이와 함께 달러화 하락으로 아시아 정부와 기업들은 달러화로 된 채무에 대한 이자 부담을 경감하는 한편, 그 돈을 경기부양과 투자에 활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저널은 분석했다.
특히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물가 역시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든 각국 정부가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채택할 수도 있게 됐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 ABN 암로의 수석 경제학자인 에디 웡은 "아시아 국가들이 통화확대 정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순간에 이뤄지고 있는 달러화 약세는 이들 정부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국가는 득보다 실이 많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저널은 밝혔다. 특히 그 동안 화폐가치의 저평가로 상대적인 이득을 누려오던 한국 등의 수출경쟁력 약화가 더욱 가속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저널은 달러화 약세이전 한국의 원화가 약 5%가량 저평가 돼 있던 것으로 분석했다.
또 결국 달러화 약세가 미 경기 불안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미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이 같은 이득은 그 의미를 상실할 수도 있다고 저널은 덧붙였다.
장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