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2월에도 우리경제의 튼튼한 버팀목이 됐다. 증가율이 16년만에 최고라는 기록도 기록이려니와 중국과 미국, 유럽은 물론이고 일본으로의 수출까지 50% 이상 늘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세계 경기회복 조짐을 국내 기업들이 수출시장 개척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원자재가격 급등의 여파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어 수출만의 불균형성장이 얼마나 지속될 지 걱정이다. 자동차 재고가 11년만에 최대치를 나타내는 등 내수 부진이 극심한 상황에서 수출마저 날개가 꺾이면, 경기회복이 장기간 지연되고 올해 5% 성장 목표 달성도 희망사항으로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에 매달리는 기업들=내수부진이 깊어질수록 수출로 경영 어려움을 돌파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수출 증가율이 석달 연속 30%를 훌쩍 뛰어넘고 규모도 매월 190억달러를 웃도는 실적을 올린 이유 가운데 하나가 기업들이`수출만이 살길`이라며 수출에 전력투구 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ㆍ자동차 등 전통적인 수출업종은 물론이고 대표적인 내수업종인 섬유업까지 수출에 매달릴 정도다. 섬유류 수출은 지난 1월에 작년 2월이후 11개월만에 증가세(1.9%)로 돌아선데 이어 2월에도 1.2% 늘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의 경기회복 덕분이 컸지만 내수부진을 만회하려는 섬유업계의 수출시장 개척 노력도 큰 몫을 했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 밀리는 데도 불구하고 신발, 섬유류 등 내수 중심의 경공업 수출이 소폭이나마 늘어나는 건 수출로 돌파구를 찾아 보려는 업계의 몸부림이 처절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원자재 값 급등에 따른 악영향 점차 가시화=원자재가격 상승은 수출보다는 수입쪽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유가급등으로 원유 수입액이 5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6%나 증가했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도입단가가 31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고철, 비철금속 등 철강금속제품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도 원자재값 급등의 여파다. 고철도 전년동기에 비해 2.5배(142.7%)나 급증했고 비철금속(64.5%), 철강판(63.0%)도 수입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그만큼 관련업체에는 커다란 경영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다만 기계류 등 자본재 수입이 6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세(28.5%)를 이어가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미약하나마 꿈틀대고 있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3월 이후 수출전망 불투명=앞으로의 수출전망은 `시계(視界) 제로`다. 환율 움직임이 불안한 가운데 국제원자재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무역협회가 수출업체 45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4개사 가운데 3곳이 2분기이후 채산성 악화를 우려했다. 석유, 철강 등 원자재값 인상에다 원화절상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원자재 값 상승분을 수출가에 반영하지 않고 버티고 있지만, 가격 상승행진이 계속된다면 수출가 인상-)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수출에 의존해 외줄타기 성장을 하고 있는 국내 경제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산자부도 3월 이후 수출기상도를 `먹구름`으로 예보하고 있다. 원화환율 하락, 원자재 가격상승과 수급애로로 수출업계의 채산성이 나빠지고 수출증가율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희범 산자부 장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업계의 수출 채산성악화가 걱정된다”며 “전반적인 수출여건이 밝지 만은 않다”고 말했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