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街)가 스톡옵션 스캔들로 '홍역'을 치루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4개 비리혐의 기업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했고 검찰이 20개 기업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하는 등 기업들의 스톡옵션 스캔들이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 2002년 엔론사태 이후 제 2의 회계부정 파문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들이 이들 기업의 스톡옵션 비리혐의를 심도 있게 분석한 기사를 잇따라 내놓고 있고, 감독 당국의 비리척결 의지도 더욱 강해지고 있어 '뭔가 심상치 않다'는 분위기가 금융시장을 엄습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조사에 착수하는가 하면 형사처벌 가능여부를 놓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정의 칼날을 뽑아 든 SEC와 검찰은 스톡옵션 비리혐의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주가 급등 전에 스톡옵션을 부여했는지 여부 ▦스톡옵션 행사가격이 지나치게 낮은 지 여부 ▦스톡옵션 비용을 과소 계상했는지 여부 ▦스톡옵션 발행시기를 소급 적용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
온라인 취업업체인 몬스터 월드와이드는 이날 뉴욕 검찰로부터 스톡옵션 부여시점과 관련된 자료제출을 요구 받았다. 지난 97~2001년 경영진들에게 연중 최저가나 분기중 최저가로 스톡옵션을 제공했는데 경영진들에게 더 큰 이익을 챙겨주기 위해 사후에 발행시점을 조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교육서비스 회사인 아폴로그룹도 절묘하게 연중 최저가로 스톡옵션을 발행했는데 발행시점 이후에는 실적개선 등 호재가 터지면서 주가가 급등,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발행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외에 반도체 업체인 브로드컴과 어플라이드 마이크로서킷, 데이터 서비스업체인 이쿼닉스, 의료장비 회사인 사이버로닉스 등 24개 기업이 SEC와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거나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스톡옵션 스캔들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월가 투자기관들도 이들 기업에 대한 경계수위를 높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몬스터에 대해 "회사 펀더멘털은 좋지만 SEC 조사로 주가상승이 어렵다"며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에서 '시장수익률'로 떨어뜨렸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캘퍼스도 스톡옵션 비리의혹을 받고 있는 25개 투자기업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캘퍼스 관계자는 "스톡옵션 의혹은 이사회의 감독기능을 의심케 하고 내부통제와 회계감사의 취약성을 노출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