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손빼기 포석
제1보(1~12)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이창호에게 완패를 당한 창하오는 침통한 얼굴로 상하이로 돌아왔다.
장쉔을 만난 그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바둑의 내용이 너무도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장쉔은 활짝 웃으며 창하오의 어깨를 두드렸다.
“네 심정 다 알아. 잊어버려. 몸이 덜 풀렸던 것뿐이야.”
“완패였어요. 원인을 잘 모르겠어요.”
“상대를 너무 의식한 게 원인이지. 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팔이 굳었던 거야. 빨리 잊고 다음 대국을 준비해요. 후지쯔배가 기다리고 있잖아.”
“알았어요.”
창하오는 이미 후지쯔배 준결승에 진출해 있었다. 16강전에서 고바야시 고이치를 꺾고 8강전에서 왕리청을 제친 상태였다. 준결승전 상대는 한국의 유창혁9단.
7월 4일 오사카에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창하오는 유창혁에게 쾌승을 거두었다. 난생 처음으로 세계선수권전 결승에 오른 것이었다. 결승 상대는 바로 이창호였다.
8월 1일. 도쿄의 9단회관. 결승 단판승부. 창하오의 흑번. 창하오는 전형적인 손빼기 포석을 펼쳤다. 흑5로 걸쳐놓고 손빼어 7. 다시 손빼어 9. 다시 손빼어 11. 하기야 흑11은 필연이었다. 참고도의 흑1이면 백2의 협공이 절호점이 되며 흑3이면 백4가 안성맞춤의 공격수가 된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7/20 1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