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D-8, 치열한 물밑싸움'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일주일여 앞두고 각국의 치열한 막후외교가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G20 회의 기간 동안 1~2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와 양자회담을 갖고 G20 의제 조율과 해당국과의 상호 현안을 논의한다. 100여차례에 달할 양자회담과 함께 선진7개국(G7) 국가 및 브릭스(BRICs) 국가들은 회의 전에 별도로 간이 다자회담을 갖고 서로 간의 공통분모를 찾아 상대진영을 압박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경주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을 중심으로 G7은 하루 전 사전모임을 열고 환율전쟁의 전략을 공유하기도 했다. 일부 주요국들은 이미 환율 이슈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전정지작업에 돌입했다. 중국이 위안화 절상과 관련해 '경상수지 목표제 수용'보다도 유연한 입장을 내비쳤고 미국도 사전조율된 듯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자국 통화의 절상폭이 큰 브라질 등의 입장이 변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막후외교 본격 '스타트'=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2일 "G20 회의에 참가하는 모든 국가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하겠다는 게 기본계획"이라며 "다만 일정상 1~2개국 정도는 빠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불균형 개선, 금융안전망 구축 등 G20 의제뿐 아니라 상호 현안에 대해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정상회의 기간에 주요국들은 이해관계가 맞는 국가끼리 소규모 다자회담을 갖고 회담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G7 국가는 물론 이번에는 브릭스 국가가 따로 모임을 가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특히 브라질의 경우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당선자가 참석하는 만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 함께 브릭스 내에서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경주 재무장관회의 당시 G7 국가들은 공식회의 전후로 별도의 미팅을 갖고 입을 맞춘 전례가 있다. G20준비위원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G7이나 브릭스 국가들은 회의 전에 비공식적으로 모여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관례이고 이번에도 그렇게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다자회담에 참여하지 않고 양자회담에만 주력할 계획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개도국으로 편이 갈라져 있는데 한쪽 다자회담에 참석할 경우 우리의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며 경계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주요국들 '환율' 사전조율 들어가나=주요국 정상들은 벌써부터 사전조율작업에 들어갔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일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환율체제를 개혁해 위안화 유연성을 높일 방안을 찾겠다"며 환율 문제에 대해 한층 전향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중국은 이미 미국이 제시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4% 제한 룰'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G20 정상회의의 뇌관으로 꼽혀온 환율 문제가 예상보다 훨씬 평화롭게 해결될 것이라는 해석은 그래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미국도 위안화 문제의 직접 언급을 자제하며 사전조율된 듯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도 환율 평화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브라질이 중국보다 이번 G20 정상회의 환율 문제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G20 서울회의에서 본격적인 외교무대 데뷔전을 가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가 최근 외환 유입 폭증에 따른 브라질 헤알화 과다절상에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헤알화는 2009년 이후 1년 새 30%나 절상돼 브라질의 수출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더구나 브라질은 지난 경주 재무장관회의 때 선거를 이유로 아예 불참해 자국의 입장을 힘있게 주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의에서 개도국으로서, 새 정부 대표로서 선명성을 나타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