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별채용 논란으로 외교부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특채 과정을 놓고 내부 분열이 심화되고 있고 행정안전부는 물론 감사원의 감사압박, 그리고 국회는 추가 의혹을 제기하면서 외교부를 몰아세우고 있다. 여기에 외교부를 바라보는 국민여론도 싸늘해 외교부로서는 진퇴양난의 모습이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면서 “사태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의 7일 전체회의에서는 외교부의 특채제도 공정성 결여를 여야 모두가 한 목소리로 지적하면서 인사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검찰수사 요구도 있는 등 사태는 갈수록 악화일로다.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이번 ‘장관 딸 채용비리 사건’은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에 따라 서로 짜고 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사실상 유 장관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밖에 볼 수밖에 없어 검찰수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더 나아가 유 장관의 딸 외에도 일부 전ㆍ현직 고위 외교관과 그 지인의 자녀가 특혜를 받고 외교부에 특별채용 됐다는 의혹을 제기,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특별채용을 놓고 행정안전부가 추가 감사를 벌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고, 감사원이 외교부를 포함해 대대적인 종합감사에 나설 계획이어서 외교부로서는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결과에 따라서는 문책의 범위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흐름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책임소재를 놓고 외교부내의 분열 양상도 심화되고 있다. ‘네 탓’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인사담당 실무자인 한충희 인사기획관이 이번 파동을 주도한 것으로 감사결과가 나와 있지만 사안의 성격상 그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외교부 안팎의 시각이다. 실제 한 인사기획관의 윗선이 누구냐를 두고 논란이 많다. 한 기획관의 보고ㆍ결재라인은 직속상관인 임재홍 기획조정실장과 신각수 제1차관. 둘 중 누가 깊숙이 개입돼있냐가 논란의 핵심인데, 유 장관의 최 측근인 신 차관이 총지휘하고 한 기획관이 전면에서 실무를 맡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때문에 지난 6일 외교부 실ㆍ국장 회의에 참석한 간부들 사이에서 격렬한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신 차관은 현재 장관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터라 문책의 칼끝에 따라서는 외교부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여기에다가 외교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여론도 차갑다. 비리집단으로 치부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급기야 신 차관은 국회에 출석해 “특채제도의 공정성에 의구심이 많아 아예 특채제도 자체를 행정안전부에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채제도의 경우 역량평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외부에 기탁, 객관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대부분의 인사 사안을 외교부 간부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에서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