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실질소득 제자리 "일본, 경기회복 체감못해"

■ 日 사상 최장 호황이라지만… <br>빈부차 심화·개인 파산등 거품붕괴 후유증 '몸살' <br>20대에 아르바이트 전전하던 30대 하류층 전락<br>67개월 평균 2.4%성장…고령층이 내수 이끌어


일본의 대형 전자업체 계열사에 근무하는 다카와 유미코(36)씨는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말이 좀처럼 실감나지 않는다. 자녀가 없는 맞벌이 가구인데도 쇼핑이라곤 퇴근길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저녁 반찬을 사는 게 전부다. 수십만엔짜리 명품 가방 구입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7월 말 찾아간 일본은 거품 붕괴의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67개월째 전후 사상 최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외형상으로 일본 경제는 금융권 부실 제거와 기업 체질 강화에 힘입어 부활에 성공했다. 실업률은 6월 현재 3.7%로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이고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05년부터 10분기 연속으로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경기회복을 체감하고 있다”는 일본인은 드물었다. 오히려 밤만 되면 도쿄 중심가의 신주쿠역에 출몰하는 노숙자들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위상이 무색할 정도였다. 일본 경제가 ‘호황’의 간판을 달았지만 일본 서민들은 ‘잃어버린 10년’의 긴 터널에서 아직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경기회복의 과실이 기업과 부유층으로만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실질임금은 제자리걸음이고 늘어난 일자리의 대부분도 비정규직이다. 일본의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5위에 달한다. 특히 자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빚을 내 집을 샀던 서민들의 개인 파산도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령화와 맞물려 일본 경제가 점차 활기를 잃어가는 것도 고민이다. 취업 호황이라지만 20대에 몰아친 불황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30대를 맞이한 상당수 젊은이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하류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반면 고령층의 소비가 늘면서 내수경기 회복을 떠받치고 있는 것도 일본 경제가 처한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더구나 최장기 호황이라지만 지난 67개월간 연평균 성장률은 2.4%에 불과하다. 과거 최장기 호황이었던 이자나기 경기(65~70년) 때 11.5%와는 비교가 안된다. 꾸준히 개선돼온 경제지표도 지난 2ㆍ4분기 이후로는 주춤한 모습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가 일본 증시에 큰 타격을 가할 경우 소비심리가 한층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과거와 같은 호황기는 이미 끝났다는 분석도 일본 내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기모토 야스유키 일본종합연구소(JRI) 사장은 “일본의 내수경기는 이미 포화상태인 만큼 앞으로 경기회복은 적자생존 원칙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며 “경기 전반이 10여년 전 ‘버블경제’ 수준으로 되돌아가기를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회복됐다지만 역동적이던 젊은 날의 모습을 잃고 ‘늙어가는 일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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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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