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세 반전이냐, 일시적 상승세냐.’ 한동안 잠잠했던 원ㆍ달러 환율이 급페달을 밟으며 순식간에 940원대에 육박했다. 시장에선 환율 급등세를 달러화 반등에 따른 추세 전환으로 보는 시각과 일시적 상승세라는 의견으로 엇갈리지만 당분간 수급 불균형으로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데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고점인 951원 돌파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달러화 반등세가 환율 상승 견인=원ㆍ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치솟은 것은 그동안 약세를 보였던 글로벌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선 원인이 크다. 달러 가치는 유로에 대해 사상최저치로 떨어졌던 지난 11월 이래 3.1%나 올랐으며 캐나다달러와 파운드화에 대해서는 각각 9.2%, 4.1% 반등했다. 엔ㆍ달러 환율도 108엔에서 113엔까지 상승했다. 존 테일러 FX컨셉츠 이사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섰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달러의 반등강도가 강하다”고 말했다. 국내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도 환율상승의 주요인이다. 달러 강세와 안전자산 선호로 외국인이 최근 주식시장에서 다시 매도공세에 나서며 달러 수요를 부추겼고 하이마트 매각,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등 굵직한 M&A에 필요한 수십억달러 수요도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달러 공급처인 조선업체의 선물환 매도세는 연말 결산마감으로 뚝 끊겼다. ◇추세 반전 대 일시적 상승=10월 말 장중 900원대가 붕괴됐던 환율이 한달 보름여 만에 940원대에 다다르자 시장에선 최근 수년간 하락기조의 환율 흐름의 추세가 전환됐다는 의견과 일시적 반등이라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부장은 “그동안 달러화는 과도하게 하락했고 원ㆍ달러 환율도 많이 빠져 있었다”며 “이번 상승세는 단순한 조정이 아니고 추세적으로 더 갈 수 있는 흐름”이라고 밝혔다. 반면 표한형 현대경제연구위원은 “서브프라임 부실은 내년 상반기 더 불거질 예정이고 미국 경기도 침체여서 금리인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최근 미국 달러화 강세를 추세 반전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원ㆍ달러 환율 상승 역시 일시적 현상으로 진단했다. ◇우리 경제 득이냐, 실이냐=환율 상승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득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 경제가 수출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환율 상승으로 수출채산성이 좋아진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원화절하(환율상승)가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물가 불안요인이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진입에도 장애가 되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환율 상승은 금융불안을 수반하는 등 악재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홍승모 신한은행 과장은 “최근 외국인들이 원화가 글로벌 신용경색에 취약한 통화이고 국내 금융시스템도 불안전하다며 원화강세 시각을 바꿔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고점 돌파할까=시장 관계자들은 당분간 달러 수요가 많아 원ㆍ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940원 중반대는 물론 연고점인 3월5일의 951원40전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홍승모 과장은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만만치 않아 당분간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역외에서 1차 지지선인 936원이 뚫렸기 때문에 945원까지는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부장은 “시중에 달러가 부족한 상태에서 글로벌 달러강세 현상이 겹쳐 945~950원대에서 등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미영 삼성선물 과장은 “연말이어서 시장이 얇고 변동성도 높아 쉽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전고점인 951원 터치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