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일봉 우리들병원 사이버나이프 척추암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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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연쇄살인을 다룬 ‘양들의 침묵’ 이란 영화를 보면 살인을 하고도 아무런 감정의 변화가 없는 아주 잔인한 반사회적 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암이라는 것도 이 영화에서 나오는 범인과 비슷한 무정하고 냉정한 살인마다. 나이가 어리다고, 여자라고 봐주는 법도 없고 노인이라고 살려 주지도 않는다.
예고도 없이, 소리 소문도 없이 갑자기 암에게 공격당한 환자들은 우왕좌왕하게 된다. 체면 차린다고 혼자 끙끙 앓으며 병을 숨기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신의 병명도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의사를 만나도 검사 결과를 자세히 물어보지도 않고 의사가 괜찮다고 하면 그냥 진료실에서 나오곤 한다. 담당 의사가 바쁜 것 같아, 귀찮아할 것 같아, 부끄러워 묻지 않는 환자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태도로는 암과의 전쟁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
자신의 생명이 촌각을 다투는 이 전쟁터에 결려있고 상대는 무지막지한 암인데 체면을 내던지고 냉정하고 결사적으로 싸워야 한다. 환자는 착한 학생처럼 검사 결과도 자세히 물어보고 그 결과에 대해 공부하면서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도 의사에게 숨김없이 전달해줘야 한다. 본인의 암에 대해 시험을 치르듯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같이 암 환자들이 특정 병원으로 몰리면 의사 1인당 환자 수가 너무 많아진다. 의사들도 사람이므로 실수할 수 있고 복잡한 진단ㆍ치료 중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환자들은 자신의 병을 잘 알고 치료 과정에 대해 숙지하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의사를 불신하고 일일이 감시하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병을 알아서 챙기고 더 적극적으로 치료에 매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암 치료법을 환자가 결정하는 미국 처럼 돼서도 곤란하지만 자신이 어떤 치료를 받는 지도 모르고 무조건 도살장에 끌려가는 ‘침묵하는 양’ 처럼 행동해서도 곤란하다. 의문이 있으면 의사든 간호사든 의료진에게 물어보고 최소한 자신이 받는 치료의 장점과 단점, 발생 가능한 부작용, 치료 반응 정도를 예상하고 스스로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