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신흥국 달러화 보유액 급증… 美 양적완화 저수지 역할 하나

신흥국 달러화 보유액 급증<br>韓, 지난달 3,000억弗육박 또 사상최대<br>日등도 증가세$보유외환 적정 논란 일듯


신흥국 외환보유액이 미국 양적 완화의 '저수지' 역할을 하나. 미국은 돈풀기(양적 완화)에 나서는 반면 신흥국 외환보유액은 급증하면서 신흥국 외환창고가 미국이 풀어내는 돈의 저수지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하고 있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액 현황'을 보면 지난달 말 한은의 외환보유액은 2,933억5,000만달러로 전달보다 35억7,000만달러 늘었다. 외환보유액이 집계된 지난 1971년 이후 최대치다. 우리뿐만이 아니다. 브라질도 9월 한달새 5.31%, 일본도 3.69% 각각 늘었다. 스위스는 한달새 무려 8.17%가 급증했다. 각국의 외환보유액 증가는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에 따른 약달러 기대감으로 신흥시장에 달러화가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흥국 통화가 절상되자 각국 정부가 자국통화의 추가 절상을 막기 위해 달러매수 개입에 나서면서 각국의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각국이 과도한 통화절상으로 자국의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역으로 미국이 풀어내는 막대한 달러자금을 받아내는 저수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는 결국 미국 기축통화 체제 때문에 발생한 문제인데 결과적으로 미 기축통화 시스템을 더욱 강고하게 하고 있다. 한편 외환보유액이 급증하면서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금융위기시 우리나라의 지급능력을 대외에 보여주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단기 투기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이 국가 신용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과도한 외환보유액은 기회비용을 수반한다.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늘리기 위해 시중에서 달러를 사들이면 그만큼 원화 공급이 늘어나 물가에 부담을 준다.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원화를 다시 흡수하는 '불태화 정책'을 쓰더라도 일정부분 대가를 치러야 한다. 통화안정증권의 이자 지급액이 외환으로 사들인 미국 국채 이자율보다 높아 '역마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이 달러화 자산에 투자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은 외환보유액의 달러화 비중은 63.1%로 유로화ㆍ엔화ㆍ파운드화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금 보유 비중은 0.03%에도 못 미친다. 이를 의식한 듯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달 18일 국정감사에서 "외환보유액의 전략적 다변화를 고려하고 있다"며 달러화 편중 현상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한은의 외환보유액 다변화는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유발할 수 있어 녹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달러화 자산의 비중 축소는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지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외환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미 국채 외에 수익성 높은 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리는 등 다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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