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산업이 고비용 노사관계, 환율 하락, 내수 위축 등 3대 경영위기에 내몰렸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에 따라 노조의 생산성 향상노력, 정부의 내수진작정책 등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과제로 제기됐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10일 서울 대한상의회관 의원회의실에서 주최한 ‘2007년 대내외 환경변화와 자동차산업의 대응’ 세미나에서 학계 및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산업이 경직된 노사관계와 환율하락에 따른 수익성 추락, 고점대비 30%나 축소된 내수시장 등 사면초가에 휩싸여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현주소가 지난 93년 일본의 엔고시기와 비슷하다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공장의 낮은 생산성으로 원고시대의 세계경쟁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라며 경직된 노사관계와 생산성의 위기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김 교수는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베이징이나 슬로바키아 현지공장의 생산성이 국내보다 훨씬 높다며 기아차의 생산성 증가율은 지난 4년간 불과 3.7%에 머무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미국의 GM이나 포드가 파산직전에 몰린 것은 무엇보다 원가절감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노조의 협조가 없으면 작업의 유연성이나 생산성 제고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또 급격한 환율 하락으로 업계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연구개발(R&D) 투자재원마저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차세대 글로벌 신차경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때문에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지혜를 모아 국민산업으로 성장한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진지하게 재점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밖에 고점대비 30%나 위축된 내수시장도 국내 자동차산업의 과제로 지적됐다. 김 교수는 “한국은 세계 6대 생산국 중 내수규모가 200만대를 넘지 못하는 유일한 국가”라면서 “과거 일본처럼 내수시장 위축이 자동차기업들의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이에 대해 과도하게 높은 자동차 세제를 전면 개편하는 등 내수 진작책이 시급하다며 사회 각계의 의견을 모아 하루빨리 위기해결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허문 자동차협회 상근부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연초부터 현대차 노조가 성과급 문제 때문에 파업을 벌여 올 한해도 순탄치 않을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무엇보다 노사관계가 안정돼 상생협력 관계로 발전된다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