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동산 투기경쟁의 덫

지난 90년대이후 일본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진 결정적인 원인이 부동산 거품의 붕괴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제조공산품을 수출해 막대한 무역흑자가 쌓이고 돈이 흘러넘치게 되자 토지 아파트 골프장회원권과 같은 부동산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도 고가 부동산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면서 일본은 단번에 세계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부동산거품이 꺼지면서 일본경제도 맥없이 주저앉았다.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부동산불패신화에 빠져 경쟁적으로 돈을 빌려준 은행과 금융기관들은 하루아침에 부실의 수렁에 빠졌고 부동산거품위에 세워진 경제시스템은 비틀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를 놓고 어느 경제학자는 `금을 팔아 흙을 사들인 결과`라고 비아양거렸다. 경제난속에서도 부동산가격 급등이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이미 전국 거주지역의 절반정도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되고 투기단속을 비롯한 부동산대책이 잇따르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하루새 아파트가격이 몇천만원씩 올랐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반적인 원가계산 방식으로는 터무니없이 비싸 보이는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청약경쟁율이 수천대에 이르는 지역도 있다고 한다. 수도권집중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행정수도의 지방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노무 현정부도 마침내 수도권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집값상승이 수도권집중 완화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따지고 보면 경제사정과는 아랑곳없이 부동산시장만 달아오르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부동산위주의 경기부양책에다 장기간에 걸친 초저금리기조, 금융권의 경쟁적인 가계 대출확대등으로 지난 몇 년동안 막대한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갔는데 부동산가격이 치솟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일단 아파트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자 수십년동안의 개발연대에 걸쳐 광범위하게 형성된 부동산투기세력이 가세하면서 부동산가격이 뛸수 밖에 없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수억원자리 아파트 한채에 재산세가 중고차 한대의 재산세보다 적은 부동산관련 세제, 내집과 부동산에 대한 애착이 유별난 우리 풍토에서는 경제는 어려워도 집값은 뛰는 기현상은 얼마든지 나타날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부동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부동산본위경제로는 우리경제가 건전한 발전을 지속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어떤 이유로 해서 특정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주변 지역이 덩달아 오르는 식의 순환적인 가격상승은 길게 보면 군비경쟁과 비슷한데가 있기 때문이다.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많은 무기를 보유하려는 경쟁은 영원히 지속될수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어느 한쪽 또는 경쟁자 모두의 파국으로 끝나게 돼 있다. 개인의 경우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가격이 오를 경우 절대적인 의미에서 부가 증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변 지역 또는 다른 사람의 아파트가격도 같이 오를 경우 상대적인 의미에서는 부가 증대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 토지가격이 미국의 토지가격보가 비싸다고 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부자라고 할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렇게 보면 부동산투자 또는 투기는 기본적으로 자금력과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한 일부 부유층 및 투기꾼들의 게임일 가능성이 높다. 아파트나 부동산이 제테크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제는 활기를 잃어가는데 부동산투기게임 참여자들의 부만 증대하는 경제가 효율성이 높아지고 경쟁력이 강화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부동산투기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투기억제대책도 중요하지만 건전한 투자를 통해 이익을 얻을수 있는 분야와 기회가 다양화돼야 한다.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고 증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논설위원(經營博) sr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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