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개밥과 초콜릿

최근 외신에 마음에 걸리는 두 가지 기사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아프리카 케냐의 한 지역 주민들이 뉴질랜드 사업가의 개밥 원료로 만든 보조식품을 받겠다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물론 이것이 일반인이 생각하는 ‘원조(?) 개밥’은 아니다. 하지만 개 먹이용 원료로 만든 것이니 만큼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케냐 주민들은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죽을 판에 개 먹이든 사람이 먹는 것이든 상관하지 않겠다며 기꺼이 받겠다고 했단다. 죽음보다도 고통스러운 굶주림 속에서 개 먹이라고 원조를 거부하는 것은 이들에게는 사치에 불과했던 것이다. 착잡한 생각을 거둘 새도 없이 뒤 이어 눈에 들어온 소식. 올해 밸런타인데이에 미국인들이 지불하는 돈이 약 13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미 전국소매상연합회의 자료였다. 한 사람이 밸런타인데이를 위해 쓰는 돈도 10만원이 넘는다는 설명이다. 아프리카에서 한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에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돈은 하루에 불과 1,000원 남짓. 미국이 밸런타인데이 하루 동안 초콜릿으로 소비하는 돈이면 기아에 허덕이는 인구 중 3,800만명이 일년 동안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을 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 이틀 동안 뿌려지는 돈이 4조원에 달한다. 이 돈이면 매년 굶주림 때문에 죽음으로 내몰리는 전세계 어린이 900만명에게 곡식을 나눠줄 수 있다. 하지만 배고픔에 허덕이는 지구촌의 그늘을 보려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이날만 되면 ‘문명 국가’의 기업과 상인들은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기 위해 화려한 행사를 열고 사람들은 그 분위기를 만끽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적 불명의 이벤트’ ‘자본주의 상혼의 극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돌아서서는 초콜릿을 사들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한 외국통신사가 한장의 파키스탄 어린이 사진을 보내왔다. 하늘이 보이는 뚫린 천막에서 먹을 것을 기다리는 어린이의 모습이었다.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우연히 어느 제과점 앞을 지나다 눈에 띈 수만원짜리 초콜릿에 그 아이의 눈동자가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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