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색과 대중성. 4일 막을 내린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CIFF)는 이 둘 사이의 거리를 확인했다. 디지털영화, 아시아 인디영화에 초점을 맞춘 ‘테마’ 영화제의 가능성을 발견한 반면 축제로서의 한계도 드러냈다.영화제에 맞춰 민속행사인 풍남제, 유채꽃축제, 종이축제 등을 열었지만 폭넓은 관심을 끌어내지 못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10만명(유료는 8만명). 높은 호응도라고는 하지만 당초 기대(14만명)에 못미쳤다.
가장 큰 이유는 영화제 자체의 성격 때문. 대안영화라는 것이 비주류이고, 아직은 소수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애초 사람들로 북적대기를 기대하는 것이 욕심일 수도 있었다.
영화제가 많아짐에 따른 희소성, IMF위기 때와 달리 영화축제가 가진 카타르시스의 기능이 약해진 탓도 있다. 영화제에 대한 이런 변화는 부산이나 부천영화제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홍콩의 왕자웨이 감독, 배우 장만옥을 비롯한 초청 예정 해외유명스타들이 불참한 것도 이유의 하나가 됐다. 연휴(일요일과 노동절)에 은행이 문을 닫아 입장권을 사는데 두시간씩 기다리는 불편도 계산하지 못했다.
이미 부산, 부천에서 시행착오를 거친, 상영필름이 바뀌는 실수와 통역의 미숙함도 있었다. 서울에 집중돼 있는 마니아들의 접근이라는 점에서 전주가 과연 대안영화제 장소로 좋은가라는 문제도 던져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IFF는 젊은 마니아들의 영상축제로의 가능성과 의미를 남겼다. 그들은 ‘로저 코먼의 밤’이나 ‘사탄탱고의 밤’에 몰려 들어 밤을 새웠고, ‘오디션’ ‘포르노그래픽 어페어’ 등 10여 작품은 매진을 기록하는 열기를 보였다.
심포지움에도 100여명씩 참가할 정도로 디지털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특히 아시아감독 3명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제작해 상영하는 ‘디지털 3인3색’은 부산영화제의 아시아영화 사전 프로모션 프로그램인 PPP처럼 CIFF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첫 영화제가 “이런 테마로도 영화제가 가능하구나”라는 확인이었다면앞으로의 과제는 CIFF가 이런 색깔을 어떻게 계속 유지하는 것이냐이다.
최민 조직위원장은 “대중성에 집착해 구색 맞추기나 양적 규모에 집착하기 보다는 앞으로 규모를 줄이더라도 지역영화제, 테마영화제의 성격을 살려 마니아들의 관심을 지속시키고, 부대행사 역시 그들의 기호에 맞춰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대현기자 입력시간 2000/05/04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