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한 증권사 A과장은 요즘 외환위기가 터진 지난 1997년의 겨울이 다시 온 기분이다. 지난해 받은 우리사주 가격이 반토막난데다가 개인적으로 투자한 해외 펀드들도 죽을 쑤고 있기 때문. 게다가 남의 일 같았던 구조조정도 언제, 어떤 식으로 닥쳐올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크다. 증권맨들이 우리사주, 구조조정 한파, 펀드투자 손실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06년 이후 현대ㆍNH투자ㆍ동부ㆍ메리츠ㆍ유진투자ㆍ미래에셋증권이 자본금을 확충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우리사주조합에도 주식을 배정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우리사주에 대한 청약 열기가 높았다. 대부분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로 대출을 받아 우리사주를 매입했다. 그러나 증시침체로 증권주들이 50% 이상 하락하면서 우리사주는 ‘애물단지’가 됐다. 이자는 꼬박꼬박 나가는데 주가가 너무 떨어져 처분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 현대증권은 주당 1만6,400원, 메리츠증권은 1,638원에 우리사주를 배정했지만 12일 종가는 각각 7850원, 895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재테크 차원에서 올해 이전에 가입한 국내외 주식형 펀드와 직접 산 주식에 따른 손실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증권맨들의 재정 상태는 엉망이다. 구조조정은 아직 일부 증권사에 불과한 이야기지만 향후 직원 재배치, 지점 축소 등을 통해 언제든지 현재의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여의도 증권가를 감돌고 있다. 특히 연봉 계약을 하는 증권사 직원들은 내년 초 재계약 시즌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 한 자산운용사의 B과장은 “과거에는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진 대로, 오르면 오르는 대로 저녁 술자리가 빈번했으나 이제는 회사경비 절감 등으로 저녁 자리가 줄어들면서 대형 음식점들이 썰렁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C대리도 “주말에도 직원들이 알아서 출근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증권가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