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건설협회는 올해 건설 수주 예상치가 7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무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말 그대로 해외 수주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물론 여기에는 국내 건설업계의 땀과 기술력이 담겼다. 하지만 이 같은 화려한 실적 뒤에는 국내 업체끼리의 무리한 저가수주로 사실상 원가도 못 건지고 손해를 보는 장사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기자는 최근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오만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를 방문했다. 현지 관계자들을 통해 중동에서 국내 업체들이 싹쓸이 수주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국내 업체들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외 수주로 실제로 벌어들인 이익이 얼마냐는 질문에"손해는 보지 않았다"는 현장 관계자의 답변이 나와 기자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무리한 저가수주 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공사가 적지 않다는 얘기를 그동안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업체끼리 맞붙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플랜트 입찰에서 서로 치고받는 저가 경쟁으로 예상가격보다 4억달러 이상 낮게 수주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A업체가 거의 수주한 공사를 B업체가 마지막에 저가 베팅하면서 이 같은 낮은 가격으로 수주자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가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수주 실적에도 불구, 국내 업체들이 실제 벌어들이는 돈이 많지 않은 이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일부 건설업체의 경우 해외수주잔고 평균 원가율이 100%를 웃돈다는 얘기도 있다. 평균 원가율이 100%를 넘으면 아예 이익이 남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건설업체가 사상 최고의 해외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은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경쟁은 국내외 업체를 망라한다. 하지만 경쟁에도 원칙과 룰이 있어야 한다. 특히 국내 업체끼리 벌이는 무리한 수주경쟁은 결국 제살 깎아 먹기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뿐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수주라는 금자탑이 모래 위에 쌓은 성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제 가격보다는 기술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