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31일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좌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의 공천접수 논란과 관련, “당규대로 하겠다”며 사실상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은 전날 “정치적 운명을 함께하겠다”며 집단 탈당 움직임을 보이는 등 강경입장을 누그러뜨리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날 강재섭 대표의 제안으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 공천규정 3조2항의 해석을 유연하게 해달라는 의견을 공천심사위에 제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이 주도하는 공심위는 이를 사실상 거부하고 강경 대응을 택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어 공천심사가 진행되는 오는 2월9일쯤이 당 내홍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심위 강경 대응=공심위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당 공천규정 3조2항(부패 전력자 공천신청 금지조항)에 해당하는 이에 대해 접수 여부를 별도로 심사하기로 했다. 정종복 간사는 하지만 “심사기준은 당규대로 한다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공심위 방침을 종합하면 지난 1996년 알선수재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던 김 최고위원이 공천신청 서류를 내는 것은 막지 않되 별도 심의과정에서 당규를 적용, 공천신청 불가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강경 기류는 공심위 회의 시작부터 감지됐다. 공심위 내부에서 이 당선인 측으로 분류되는 김애실 의원은 “당 지도부가 공심위에 어떤 요구나 권고를 하는 것이 가능한지, 공심위가 권유사항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의문이며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며 “당규에 보면 (김 최고위원 등은) 공천신청이 안 되는 걸로 명확히 나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朴)측 ‘부글부글’=박 전 대표 측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다. 공심위 회의 직전 박 전 대표와 친박 의원 25명은 국회에서 모임을 가졌다. 참석 의원들은 “어제보다 격앙된 분위기가 누그러진 건 사실”이라며 지도부나 이 당선인 측의 중재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공심위의 강경 방침이 전해지자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 측은 일단 즉각적인 반응은 자제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그와 관련해 박 전 대표의 언급은 없었다. (친박) 의원들도 회의를 소집할 계획이 없으며 따라서 공식 입장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신 김 최고위원과 유승민ㆍ이혜훈 의원 등 박 전 대표 측 핵심의원 10여명은 저녁 때 따로 김 최고위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에 모여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이 당선인 측이 김 최고위원을 표적 겨냥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집단 탈당 및 창당 방안까지 포함한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2월 초 탈당(?) 봉합(?)=박 전 대표 측으로서는 공심위가 당규를 들먹이면서 김 최고위원 개인을 겨냥하고 있어 반격 명분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 특히 이 당선인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 등 친이(親李) 원로급들이 중재방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박 전 대표 측에서는 2월9일로 예정된 공심위의 세부심사 과정을 지켜본 뒤 탈당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써도 늦지 않다는 신중론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져 이 시점이 당내 갈등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