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여론 호도하는 공화당의 온정주의

<파이낸셜타임스 9월 2일자> 온정적인 공화당을 기억하는가. 4년 전 공화당 전당대회 후 다시 온정주의가 모습을 드러냈다. 유권자들이 그동안 ‘온정’이 어디 있었는지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유권자들은 이번주 뉴욕에 다시 나타난 공화당의 중도 혹은 온건주의를 믿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주 전당대회의 연사들은 대부분 공화당 내 온건파 인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널드 슈워제너거와 애리조나 상원의원 존 맥케인과 같은 연사들은 자유로운 사회와 안정적인 재정운용 등을 강조하는 공화당 정책들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지난 4년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실제로 했던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부시 대통령의 집권 1기는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제한, 헌법 수정을 통한 동성결혼 금지, 부자들에 대한 세금감면으로 인한 단기간 내 막대한 재정적자 등으로 특징 지을 수 있다. 게다가 전당대회에 나선 가장 보수적 인물은 공화당 의원이 아니다. 젤 밀러. 민주당 상원의원인 그는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을 열렬히 지지했다. 그는 자신이 당을 떠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자신을 떠났다는 도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문구를 인용하며 민주당이 너무 좌파쪽으로 가고 있고 중산층 보호를 포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92년 빌 클린턴을 대통령 후보로 지명했던 전당대회 당시 기조연설자이기도 했던 그가 이런 식의 비난을 가하는 것은 상식 밖이다. 어떻게 보면 케리는 클린턴에 비해 보다 급진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케리의 정강(政綱) 어느 것도 좌파쪽에 치우쳐 있지 않다. 일례로 건강보험과 관련해 정부에 부담을 많이 지우려던 클린턴의 시도와 달리 케리는 매우 비싼 의료비 부담을 지고 있는 환자들에 대해서만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가장 보수적인 자신들의 모습을 숨기고 있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겉으로는 중도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좌파라는 식으로 케리를 묘사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미국 사람들에게 분명한 것은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존 맥케인이 공화당을 지지할 경우 결과적으로 그들이 딕 체니와 존 애슈크로프트의 행정부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이것을 원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화당 정부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다 정직하고 솔직하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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