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화경제] 3. 확대되는 양안(兩岸)경협

타이완의 수도가 타이베이(臺北)가 아니라 난징(南京)으로 표기돼 있다. 타이베이와 베이징(北京)은 단지 일반 행정시다. 이로 인해 타이완 사람들에게 수도를 물으면 난징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다.타이완의 헌법상 수도가 바로 난징이기 때문이다. 중국 대륙은 미수복지고, 타이완은 피난지일 뿐이다. 타이완을 중국 땅으로 보는 중국의 입장과 달리, 타이완은 본토회복의 실현을 공식목표로 내걸고 있다. 이런 특수상황때문에 양안(兩岸) 문제는 타이완의 가장 큰 관심사고, 오는 3월 타이완 역사상 2번째로 치뤄지는 총통선거에 나서는 후보자간 정쟁(政爭)의 이슈도 중국과의 관계정립 문제다. 2000년 새해를 맞은 타이완은 총통선거가 두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온통 선거정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타이베이시 어느 곳에서나 총통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고, 관공서마다 후보자들의 홍보팜플렛이 나돈다. 신문들도 후보자들의 정책과 움직임에 지면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이들 모두의 주된 관심사는 양안문제다. 후보자들의 양안관(觀), 즉 대륙과의 통합지지파인지 아니면 분리독립파인지 여부에 따라 후보자들에 대한 지지가 갈린다. 마카오의 중국 귀속과 중국의 잇따른 경고성 메시지로 이같은 관심이 더욱 고조된 느낌이다. 중국이 지난해 말 마카오를 반환받으면서 타이완 통일을 공식천명한데다 타이완이 중국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분열시키는 독립을 추진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보내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이베이 한복판에 있는 백화점과 야점가(夜店街)를 돌아다니다 보면 또 다른 의아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양안관계에 긴장감이 돌고있지만 백화점 장난감들이 대부분 중국산이고, 야점가의 좌판대에도 온통 대륙에서 건너온 해산물들로 채워져 있다. 백화점의 한 점원은『대륙산 제품의 가격이 저렴한데 굳이 이를 거부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양안간 정치적 간극에 관계없이 경제적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타이완은 대륙을 중심으로 한 중화경제권 형성에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홍콩 등을 통한 간접교역과 투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생산기지로서의 대륙의존도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 78년 7,700달러에 불과했던 양안교역은 85년 10억달러, 91년 50억달러 를 돌파한데 이어 지난 97년에는 198억4,000만달러로 늘어나는 등 그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89년부터 허용된 타이완의 대륙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제3국을 경유한 간접투자라서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지난 97년까지 대륙투자 건수는 누계로 모두 2만362건에 달하고 누적투자총액도 102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96년보다 건수에선 90.8%, 금액기준으로는 31.3%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전자·전기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분야 투자가 전체 투자의 90%를 넘어 타이완이 생산지기를 대륙으로 옮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투자 지역도 중국 전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초기에는 홍콩에 인접해 있는 선전(深 )·주하이(珠海) 경제특구 등 광둥성(廣東省)에 집중됐으나 최근에는 상하이(上海)를 중심으로 한 장쑤성(江蘇省)과 샤먼(厦門)경제특구의 푸젠성(福建省) 등에 진출하는 타이완 기업들도 눈에 띠게 늘어나고 있다. 타이완 정부가 지난 97년 국가안보차원에서 투자 한도액을 정하는 등 대륙 투자제한 및 규제조치를 취한 것도 경제의 대륙의존도가 너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8년에는 아시아 경제가 침체되면서 대륙투자도 일시적으로 줄어들었지만 해외투자 가운데 절반이상이 대륙에 집중되고 있고, 아시아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대륙투자 규모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홍장표(洪彰杓) 타이베이무역관 과장은 『정치적 긴장관계에 따라 양안간 경제교류가 일시적인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저렴한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중국과 전자분야가 발달한 타이완 산업의 특성상 분업화가 가능하는 이점 때문에 한번 트인 물꼬를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전망은 타이완 정부의 투자제한 규모를 넘어서는 물밑투자 사례가 나타나고 첨단기술이전도 크게 늘고 있는데서도 입증된다. 타이완 공상시보(工商時報)는 지난해 말 타이완 기업들이 정교한 첨단 산업기술을 중국에 이전하지 말하는 정부당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경고와 기업들의 관행사이에는 큰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1국2체제론과 타이완에서 점증하고 있는 2국가론 사이의 골이 여전히 깊지만 중국경제가 성장할수록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중국」에 대한 타이완인들의 거부감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설령 그 거부감은 지속되더라도 양안간 경제협력 확대와 이에따른 경제적 일체감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있다. 타이완 기업들의 대륙투자 확대에 맞춰 중국이 최근 타이완 기업에 대한 투자보호조치를 내놓는 등 정치적 긴장관계와는 별개로 경제문제를 다루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서도 이같은 가능성을 시사해 주고 있다. 타이베이=이용택기자YTLEE@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