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 고액접대비 증빙제도] 편법행위 기승ㆍ소비위축 우려

국세청이 건당 50만원 이상의 고액 접대비에 대해 증빙자료 작성 및 보관을 의무화한 것은 기업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려면 무분별한 접대비 지출관행도 개선해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비롯됐다. 접대비 지출 및 증빙관련규제를 강화할 경우 탈법적인 자금거래 가능성도 그만큼 줄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비자금을 이용한 불법적인 정치자금제공 등 비정상적인 거래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고액접대는 아예 비용으로 인정치 않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접대는 뇌물로 규정하고 있다”며 “고액접대 증빙제도를 도입한 것은 과도한 접대비 지출을 예방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접대비는 99년 2조6,8954억원에서 2002년에는 4조7,434억원으로 3년 사이에 76%나 늘었다. 특히 2002년의 경우 룸살롱 등 호화 유흥업소에서 사용한 금액은 1조5,295억원으로 전체 접대비의 32%를 차지했다. 국세청은 기업의 비합리적인 비용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무분별한 과소비를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고액 접대비에 대한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세청의 이 같은 `의지`가 정착되려면 적지않은 시간이 걸리고, 기업들이 느끼는 불편도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음성적인 자금거래나 접대 문화가 너무 뿌리깊은 탓에 국세청의 접대비 관련 규제 강화로 기업의 편법행위만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많다. 더구나 경기부진으로 소비가 죽을 쓰고 있는 터에 건당 50만원 이상의 접대비까지 일일이 신고하라고 하면 기업들의 씀씀이는 더욱 줄어 경제회생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된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내부적으로 고액 접대에 대해서는 접대상대방, 목적 등을 적어 보관하지만 중요한 인물에 대해서는 아예 다른 방법을 쓰고 있다”며 “국세청의 이번 조치로 편법적인 회계처리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접대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기업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 문답풀이 -신고대상 접대비를 50만원 이상으로 결정한 배경은. ▲그동안 업무와 관련이 있다는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접대비 규모를 30만~50만원으로 검토했으나 현재 내수가 크게 위축돼 있고, 제도를 처음 도입할 때 기업이 받을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50만원 이상으로 결정했다. -그러면 50만원 이하는 증빙서류를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가. ▲지금도 접대비가 5만원이 넘는 경우 영수증을 첨부해야 경비로 인정된다. 국세청은 이번 접대비 지출증빙제도를 통해 기업주 등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자금 등 업무와 관계없는 비용을 소액의 영수증으로 나눠 처리하는 경우를 차단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따라서 기업 임직원이 여러 개의 법인카드로 나눠 결제하거나 접대금액 가운데 일부를 외상처리하고 나머지를 나중에 결제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변칙 사례를 동일한 접대로 간주할 계획이다. 특히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접대 상대방에게 여러 차례 나눠 지출한 접대비의 경우 금액이 50만원을 밑돌더라도 합산한 금액을 1건으로 처리할 것이다. 접대날짜가 다르더라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접대상대방에게 접대했다면 동일한 접대로 간주된다. 증빙서류는 언제 사용하는가. 결산 때 세무서에 꼭 제출해야 하는가. ▲접대비 지출증빙자료를 5년간 보관하면 된다. 법인세 신고 때 증빙자료를 세무서에 제출할 필요는 없지만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들어가 관련 증빙자료를 요구할 경우 제시해야 한다. -업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법인의 업무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인정되면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법인세 부담이 늘어난다. 또 기업의 업무와 무관한 접대비에 대해서는 이를 지출한 임직원이 법인 자금을 유용한 것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지출한 사람이 불분명한 경우 소득세 부담이 대표자에게 떨어진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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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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