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선주자에 듣?f다] (3) 고건 前 국무총리

"성장 통한 일자리 창출에 최선" <br>기여입학제등 '교육 3不정책' 재검토 필요<br>대선앞둔 개헌 정략적이용 가능성 커 반대<br>동북아 4강 외교정책 키워드는 '用美善隣'


[대선주자에 듣?f다] (3) 고건 前 국무총리 "성장 통한 일자리 창출에 최선" 기여입학제등 '교육 3不정책' 재검토 필요대선앞둔 개헌 정략적이용 가능성 커 반대동북아 4강 외교정책 키워드는 '用美善隣' 대담=황인선 정치부장 his@sed.co.kr 정리=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관련기사 • 고건 "교육·노동부 통합 새 부처 필요" 고건 전 총리의 서울 연지동 사무실은 그의 관록만큼이나 두텁게 쌓인 책들로 가득했다. 연륜만큼이나 그의 정책안들은 논리정연했으며 현실성이 돋보였다. 시종일관 여유 있는 자세로 회견에 응한 그는 “정치는 묶는 게 아니라 모으는 것”이라는 정치철학을 밝혔다. ◇경제 -차기 정부는 ‘성장’과 ‘분배’중 어디에 경제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하나. ▦지금은 성장을 해야 한다.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가 최선의 복지다. -우리 경제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원인과 치유책은 무엇인가. ▦내수부진과 기업투자 부족이다. 해결방안은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또 신성장 동력으로서 금융ㆍ물류ㆍ의료ㆍ교육ㆍ법률ㆍ통신 등의 고부가가치 ‘비즈니스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5년 내에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는데 실현 가능한가. ▦단기적으로는 내수경기를 활성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면 된다. 이를 통해 매년 성장률을 1%포인트 정도 높이면 5년간 매년 42만명 정도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꾸고 창업규제를 풀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창업규제 순위는 세계 105위다. -비즈니스 서비스 산업을 우리 경제의 새 동력으로 꼽았다.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나. ▦비즈니스 서비스 산업은 우리나라 고용의 약 65%를 창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GDP 기준으로 56%에 불과하다. 따라서 비즈니스 서비스 산업의 경제비중이 OECD 가입국들처럼 60% 이상 되도록 규제를 대폭 풀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금융산업은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금융 서비스 권역간 진입장벽을 허무는 ‘통합금융법’을 제정해 대형화를 유도해야 한다. 다만 금융과 산업자본간 분리원칙은 해외자본으로부터 토종 금융기업을 지키기 위한 방어책으로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본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존폐와 기업 상속세 완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출총제는 폐지돼야 한다. 대신 (기업출자에 대한) 사후감독체제를 강화하면 된다. 상속세 문제도 전반적인 기업 세제의 규제개혁 차원에서 재고해볼 가치가 있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서민들의 주택난이 악화되고 있다. ▦주택의 수요와 공급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투기수요 억제를 위해서는 자본시장 규제 완화를 통해 500조원이 넘는 시중 유동자금을 부동산 아닌 금융시장으로 흡수시켜야 한다. 또 공급 측면에서는 환매조건부 분양제도 도입과 공공임대주택 건설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한미 FTA는 반드시 성사돼야 하지만 미국에 끌려가는 협상이 돼선 안 된다. ◇교육ㆍ복지 -교육산업도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의 핵심 부문으로 꼽았다. 어떤 발전구상을 갖고 있나. ▦지금은 대학을 졸업해도 기업이 바로 써먹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고용시 신규 대졸자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하며 이것이 청년실업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대학을 전공별로 특성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에 인재선발과 자율적 운영권을 줘야 한다. 소위‘3불 정책(기여입학제ㆍ본고사ㆍ고교등급제 금지)’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평생교육 시스템도 확충해야 한다. 지금은 대부분 20대에 대학을 졸업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반면 인구는 점점 고령화하고 있으며 기업은 보다 전문적인 지식인을 요구한다. 과거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과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도 평생교육제도를 핵심 정책으로 내걸었다. -교육정책 시스템은 어떻게 개편되는 것이 좋을까. ▦현재는 교육인적자원부가 각종 인ㆍ허가권을 갖고 학교들의 시시콜콜한 사항까지 규제하고 있다. 이래서는 교육의 특성화가 이뤄질 수 없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교육의 방향만 정하는 정책기획 분야로 권한을 대폭 조절하고 운영권 등을 각 대학에 위임해야 한다. 국립대 법인화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초ㆍ중등교육(초ㆍ중ㆍ고교) 분야는 지나친 자율화가 교육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정부의 관리ㆍ감독체제를 유지하되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교육청에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 또 교육이 직접 고용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일랜드나 네덜란드의 사례처럼 노동부와 교육부의 업무를 통합한 정부 부처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노동부는 고용보다는 파업 등 노사관계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고 교육부 역시 실업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4대 공적연금(국민연금ㆍ공무원연금ㆍ사학연금ㆍ군인연금)의 바람직한 개편방안은. ▦공적연금을 ‘적정 부담-적정 급여’ 구조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 다층적 소득보장체계로의 재편을 통해 공적 부문의 역할을 일정 부분에 한정하고 나머지 부분은 민간 부문과 역할을 분담해 상호보완 관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특수직역 연금에 대해서도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정치 -정부통령 4년 중임제나 내각책임제를 도입하고 대선과 총선시기를 일치시키는 내용의 개헌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또 선거구제도를 개편하자는 의견도 있다. ▦대선과 총선을 일치시키는 개헌은 필요하다. 다만 (정부통령 4년 중임제 등) 권력구조 변경을 가져오는 개헌과 선거구제도 개편은 대선을 앞두고 정략적으로 왜곡될 소지가 있어 적절하지 않다. -범여권에서 통합신당론을 비롯한 각종 정계개편론이 쏟아지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은. ▦중도실용개혁 세력이 ‘기득권을 버리고 새로운 광장’에서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 통합은 3~4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 ◇안보ㆍ외교 -한미 동맹과 동북아 외교에 대한 구상은. ▦한마디로 ‘용미선린(用美善隣)’이다. 동북아에서의 중국ㆍ일본간 패권경쟁 속에서 우리가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이 미국이다. 따라서 미국과의 동맹을 토대로 ‘용미’하고 중국ㆍ일본ㆍ러시아와 경제협력 등을 강화하며 ‘선린’해야 하는 것이다. -대북포용정책을 차기 정부가 계승해야 한다고 보는가. ▦북핵 위기 상황에서는 남북간 교류 활성화라는 햇볕정책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국제사회의 제재 결의 방침을 합리적으로 배합하는 ‘가을볕 전략’이 필요하다. ◇ 약력 ▦1938년생(69), 서울 ▦경기고,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국무총리 ▦서울특별시장 ▦제12대 국회의원 ▦전남지사, 내무부ㆍ교통부ㆍ농수산부 장관 ▦부인 조현숙(69)씨와 3남 ▦종교 기독교 ▦재산 약 14억원 ▦주량 소주 1병 ● 고건 캠프, 누가 뛰나 김중수·정세현 씨등 정책 자문그룹 막강 고재방씨 외곽세력 규합 총지휘 안영근·이낙연의원 원내 가교역 고건 전 총리는 원외 인사인 탓에 구체적인 지지세력의 규모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그의 공식 조직은 좌우 날개를 맡고 있는 '희망연대'와 '미래와 경제'다. 희망연대가 외곽조직으로서 정치적 활동을 맡는 전위군 역할을 한다면 미래와 경제는 정책적 책사의 임무를 수행하는 브레인그룹이다. 서울 종로구 인의동에 위치한 인의빌딩에 둥지를 틀고 있는 희망연대 사무실은 지난해 11월부터 사실상 고 전 총리의 대선준비용 캠프로 활용되고 있다. 김수규 전 YMCA 회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고재방 전 교육부 차관보가 희망연대 사무국장으로 활약 중이다. 미래와 경제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이세중 전 대한변협 회장과 김중수 전 한국개발연구원장. 그 외에도 이두원 연세대 교수, 이종재 서울대 교수, 이진순 숭실대 교수, 정경배 전 보건사회연구원장이 자문역을 맡고 있다. 북핵 사태 이후 더욱 민감한 이슈가 된 외교안보 분야는 고 전 총리와 고등고시 13회 동기인 박수길 전 유엔대사, 신일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커버하고 있다. 정수산 전 민주당 정책전문위원은 정책기획을 맡는다. 한편 이수현 전 총리실 국장과 김상호 팀장은 고 전 총리를 측근에서 보좌하고 있다. 언론ㆍ공보계 출신 인사로는 김용정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과 김국후 전 중앙일보 편집부장, 김덕봉 전 총리 공보수석과 김명전 전 EBS 부사장 등이 홍보기획단에서 활동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열린우리당의 김성곤ㆍ안영근 의원과 민주당의 신중식ㆍ이낙연ㆍ최인기 의원 등이 고 전 총리 측과의 가교 역할을 하고있으며 재야에서는 강홍빈 서울시립대 교수 등이 돕고 있다. 이밖에도 우민회ㆍ우민산우회ㆍ중청련 회원들이 지원하고 있다. ● 왜 고건인가? '뒷심' 강한 외유내강형 리더 난지도 공원등 깔끔히 마무리…소신 부족·우유부단 評은 약점 요즘 세간에서는 고건 전 총리를 '강태공'에 비유한다. 한마디로 '세월만 낚다가 마는 게 아니냐'는 뜻이다. 경쟁주자들이 분주하게 대권행보에 나설 때도 '정중동'하고 있는 것을 두고 주변에서 은근히 핀잔을 주는 말이다. 하지만 그를 직접 겪어본 지인들은 "뒷심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한번 하기로 마음 먹은 일은 요란을 떨지 않고 은근하게 착착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민선 서울시장 재임 시절 쓰레기더미였던 난지도를 105만평의 생태공원으로 바꾼 것과 2기 지하철(5~8호선) 사업을 깔끔히 마무리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건설사간 복마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던 대형 프로젝트들을 조용히, 그러나 완벽하게 마감했다는 평가다. 최근 지지율 경쟁에서 다소 부침을 겪고 있음에도 고 전 총리가 여전히 유력 주자로 손꼽히는 것도 이 같은 뒷심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그는 또 소신이 없다거나 우유부단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주변 사람들의 평가는 전혀 다르다. 지난 90년대 대표적 비리 스캔들로 꼽혔던 '수서택지 특혜분양 사건'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고 전 총리는 직위에서 물러나는 수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한보그룹 측의 수의계약을 요구하는 청와대의 입김을 거부했다. 뒷심도 있고 소신도 있다면 왜 아직 자신감 있는 대권 행보에 나서지 않는 것일까. 그의 한 측근은 "이미 진용도 상당히 갖췄고 정치권과의 폭 넓은 교감도 이뤄냈지만 출사표를 던질 때가 아니다"고 설명한다. 출격준비는 됐으나 민심을 읽고 있다는 뜻이다. 정계개편의 이전투구에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정치적 순수성을 오해받기 쉽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기회주의자'라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는 '상식'을 갖고 하는 것이고 민심이 곧 상식이다. 국가 지도자를 꿈꾸는 주자로서 민심을 헤아리지 않고 상식 없는 행보에 나선다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 그런 점에서 고 전 총리의 인내는 '이유 있는 우보(牛步)'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입력시간 : 2007/01/07 15:57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