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의 크기와 색깔, 디자인, 거기에 브랜드까지 똑같다. 일반인의 눈으로는 구별이 안될 정도로 정교하다. 그런데 가격은 진품가격의 몇 분의1, 또는 몇 십분의1이다. 정체가 무엇일까. 바로 위조상품(일명 짝퉁)이다.
위조상품이 활개를 치는 것은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고 이를 제조ㆍ유통시키는 사람들 때문이지만 위조상품인지 알면서도 싼 맛에 명품족 기분을 내볼까 하는 유혹에 넘어가는 소비자들도 한몫 거들고 있다. ‘명품족’에 빗댄 ‘짝퉁족’이라는 말이나 ‘사치를 일삼는 명품족보다 짝퉁족이 실속파 아니냐’는 잘못된 인식이 이 같은 유혹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필자가 외국 특허청장과 회담할 때 명품 브랜드가 많은 유럽국가로부터 위조상품 단속을 잘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서 우리 기업 브랜드 침해사례가 발생하는 동남아 국가에 위조상품 단속을 잘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상반된 입장일 때는 당혹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
지난해 9월 프랑스 특허청장과의 회담 때로 기억된다. 프랑스는 위조상품인지 알면서 구입한 사람에게 진품가격의 2~3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했다면서 한국의 도입 의사를 물은 바 있다. 필자는 소비자를 처벌하기보다는 위조상품의 제조ㆍ유통업자를 단속해 엄중 처벌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대답으로 대신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위조상품 근절의 지름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세계관세기구는 전세계 교역의 5~7%를 위조상품이 차지하고 있고 그 규모가 연간 5,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 3,000억달러보다도 훨씬 많은 엄청난 규모다.
정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위조상품의 제조ㆍ유통을 막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싼 맛에 명품족 기분을 내볼까 하는 유혹을 뿌리치는 소비자들이 많아져야 하는 것이다. 위조상품이 설 땅이 없어져 위조상품의 근절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조상품을 구입하면 기술ㆍ디자인ㆍ브랜드 개발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한 기업, 더 나아가 그 나라의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엄청난 해악을 끼치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