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편견-선입견 배제 북한 연구서 '김정일'

역사적인 6ㆍ15 남북정상회담이 열린지 꼭 1년이 됐다. 50년간의 정치적 단절이 단숨에 메워지는 듯한 순간이었다.그 날 남과 북의 동포는 텔레비전 수상기로 전해지는 두 정상의 모습에 가슴이 벅찼다. 물론 두 정상의 만남 자체를 재난의 전조로 받아들인 사람들도 없지는 않았다. 당시 우리 국민들에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대단한 충격이었다. 무능력에 성격파탄자이며, 지독한 성도착 증세를 가진 부도덕하고 포악한 인물로만 알려졌던 김 위원장은 뜻밖에 웃음도 많고 농담도 즐길줄 아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여유만만한 태도로 두 정상의 만남을 이끌면서 전세계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서방세계가 가져왔던 '성격파탄'의 혐의를 벗을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뚜렷한 근거도 없이 덮어놓고 그를 대화가 불가능한 상대로 몰아세우는 것도 위험천만한 일이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통일을 지향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북을 협력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언론과 학계는 김정일에 대한 인상비평에 기울어져 있었다. 인물 연구도 2차 자료에 주로 의존했고, 1차 자료를 쓰는 경우에도 연구자의 목적에 따라 제멋대로 왜곡되기 일쑤였다. 그러니 그런 결과를 거친 김정일이라는 인물은 '괴물'이 될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황폐해진 연구풍토에서 나온 이찬행 민족통일연구소 연구위원의 책 '김정일'은 가뭄 끝 단비 같다. 10여년간 김정일 연구에 몰두해온 저자는 무려 1,248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북한 지도자의 새로운 면모를 그려냈다. 이찬행은 "이 책은 김정일의 전기가 아니라 정치적ㆍ이데올로기적 편견과 선입관을 배제한 이론서"라고 강조한다. 1994년 저자는 정치적ㆍ이데올로기적 편견과 선입관을 배제하다 혼쭐이 난 경험이 있다. 그 해 펴낸 '인간 김정일 수령 김정일'(열린세상 펴냄)에서 드러난 김정일의 모습은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그는 국보법 위반으로 2년간 옥살이를 해야 했다. 신간 '김정일'은 '인간 김정일 수령 김정일'을 대폭 확대 보강한 책. 따라서 이찬행의 말처럼 상당히 '정치적 편견과 선입관'에서 벗어나 있다. 이 책은 한쪽으로 쏠린 관점의 잣대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았기 때문에 오히려 편견에 가득차 보일수도 있다. 김정일에 대해 지나치게 우호적이라는 인상을 줄수도 있다는 얘기다. 몇 부분을 예로 들어보겠다. 첫째 '소련 출생설' 뒤집기이다. 북측은 김정일이 백두산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남측은 그가 소련에서 태어났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이찬행은 중국측 공식사료를 인용하면서 '백두산 출생'에 타당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힌다. 다음은 '수령체계의 제도화' 주장. 1967년 북한 최대의 정변이었던 '갑산파사건' 이후 정착된 수령체계에 대한 논란에 대해 저자는 역사의 연속성을 지닌 제도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수령체계를 역사적 단절로 여기는 우리 학계의 시각과 배치된 입장이다. '정치권력의 세습'에 대해서도 저자는 기존 연구들과 다른 주장을 편다. 저자는 별다른 능력이 없는 김정일이 순전히 부모를 잘 만나 권력을 움켜쥘수 있었다는 통념을 거부한다. 김정일은 이미 1964년 대학졸업과 동시에 당 사업에 참여하면서 나름대로 정치적ㆍ사상적 지도력을 탄탄히 쌓아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일이 이끄는 북한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가. 저자는 북한이 주체식 사회주의를 견지하면서, 다소 더디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 전조로 전방위 외교정책, 남북정상회담, 과학기술 중시정책 등을 들고 있다. 이찬행의 '김정일'은 한 마디로 '김정일 대사전'이라고 할수 있다. 어린시절부터 현재까지 김정일의 모습이 100여장의 사진에 담겨있고, 지금까지 공개된 김정일의 담화ㆍ연설ㆍ저작 목록이 총망라돼 있다. 저자는 "이 책이 북한체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미력하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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