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출마 문제를 놓고 이명박 대선 후보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의 협조를 업고 보수진영의 표심을 한나라당 쪽으로 결집시켜 이 전 총재를 주저앉히거나 출마하더라도 ‘힘’을 쓸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이른바 ‘이박제창(以朴制昌)’ 전략이 좀처럼 먹혀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이 후보 측은 5일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저지하기 위해 공개적인 압박에 들어갔다.
그동안 이 전 총재를 자극하지 않게 물밑 설득 노력을 해왔으나 이 전 총재 측의 결심이 굳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드러내놓고 출마포기를 종용하고 나선 것.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는 한마디로 이 전 총재 출마의 부당함을 강조하는 자리였다.
강재섭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총재가 오는 21일 창당 10주년 기념식에 떳떳한 마음으로 참석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한나라당에서 이 전 총재는 (조선시대 왕) ‘태정태세문단세…’의 태에 해당하는 분인데 그런 분이 만일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재오 최고위원도 자신의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 논란에 대한 사과를 하면서 말미에 “한나라당으로서는 이 전 총재가 함께 출마한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다”면서 “이 전 총재의 생각이 어떤지 들어보고 싶다. (지방에서) 오시는 대로 다시 한번 찾아 뵐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그분의 인격을 믿는다”면서 “한나라당을 만들고 두번이나 대선 후보로 출마했던 이 전 총재가 설마 당을 버리고 출마하겠느냐.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압박전략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 측의 최대 고민은 당의 비주류인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좀처럼 원군이 돼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선이 끝난 지 두달 이상이 지나도록 박 전 대표는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원론만 되풀이했을 뿐 이 후보에 대한 공개지지를 해주지 않고 있다는 점을 내심 섭섭해 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이 본격 제기된 이후 박 전 대표에게 여러 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일정 협의가 어렵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이날에도 기자들과 만나서는 “(이 후보와) 굳이 만날 이유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면담제의를 거부했다.
박 전 대표는 이런 가운데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인 이 최고위원의 사과에 대해서도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을 분명히 그었다.
여기다 이 전 총재 측도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후속 수순 밟기에 나서고 있다.
이흥주 특보는 이날 “창당은 시간적으로 어려우며 다른 당에 업혀서 가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면서 “출마를 한다면 무소속 출마가 유일한 방안이다”고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