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미 짜릿한 연장V
SBS 오픈 최종美 무대진출 2년만에 생애 첫 정상문수영 준우승 등 태극낭자 20위권내 10명
박민영 기자 mypark@sed.co.kr
김주미가 19일 열린 미국 LPGA투어 SBS오픈 최종일 연장 첫번째 홀에서 만만치 않은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하와이=연합뉴스
18번홀(파5)에서 벌어진 첫번째 연장전. 문수영(22)의 4.5m 내리막 버디 퍼트가 홀로 빨려 들어갔다. 이틀간 선두를 달리다 연장전에 이끌려와 3m의 부담스러운 퍼트를 남겨놓은 김주미(22ㆍ하이트맥주)로서는 LPGA투어 첫 우승의 기회를 양보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하지만 표정에서 긴장하는 기색을 전혀 내비치지 않은 김주미는 꼼꼼히 라인을 파악한 뒤 침착하게 버디를 성공시켜 갤러리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 퍼트 하나로 김주미는 미국 LPGA투어 진출 2년만에 생애 첫 우승컵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김주미와 비슷하지만 더 가까이 붙였던 껄끄러운 경쟁상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기세에 눌려 2m 안팎의 퍼트를 놓쳐 탈락했고 우승을 예감했던 문수영은 김주미와 펼친 두번째 연장전에서 다소 맥이 풀린 듯 4m 가량의 버디 퍼트를 놓쳤다. 반면 기사회생한 김주미는 같은 홀에서 3번째 샷을 60㎝에 바짝 붙여 승부를 마무리했다.
‘준비된 챔피언’ 김주미가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미국무대 생애 첫 승의 꿈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지난 2003년 한국여자프로골프에 데뷔해 신인왕과 상금왕, 최우수선수 등을 휩쓸며 한국의 ‘골프여왕’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떠올랐던 그가 마침내 세계골프 정상에 올라선 것이다.
김주미는 19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의 터틀베이리조트골프장 파머코스(파72ㆍ6,520야드)에서 끝난 LPGA투어 2006년 시즌 개막대회인 SBS오픈(총상금 100만달러)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했다. 이날 성적은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언더파 71타, 3라운드 합계는 문수영, 오초아와 같은 10언더파 206타였다. 우승상금은 15만달러.
지난해 LPGA투어에 진출, ‘톱10’ 입상 2차례 등으로 상금랭킹 50위에 오르며 적응에 성공했던 김주미는 2년째인 올해 첫 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쥐며 ‘한국군단’의 새 강자로 떠올랐고 통산 18번째 LPGA투어 한국선수 챔피언으로 이름을 올리는 영예를 누렸다.
전날 65타로 코스레코드를 세우며 공동선두로 뛰어오른 김주미는 이날 1타밖에 줄이지 못하면서 각각 5타와 3타를 줄인 오초아와 문수영의 추격을 받았지만 국내에서의 우승경험을 발판 삼아 극도의 중압감을 이겨냈다.
우승 직후 동료 한국선수들의 샴페인 축하세례를 받고 연못에 뛰어드는 세리머니를 펼친 김주미는 “18번홀에서 긴장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음 번 우승 인터뷰는 영어로 하겠다”는 특유의 여유와 재치 섞인 말로 관중의 갈채를 이끌어냈다.
김주미는 누구? 한국女골프 3관왕…준비된 챔피언
LPGA투어 진출 2년째 첫 대회에서 미국무대 마수걸이 우승을 차지한 김주미는 한국여자프로골프 3관왕 출신의 준비된 챔피언.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골프를 시작한 김주미는 프로로 데뷔한 2003년 2승을 올려 신인왕과 상금왕, 한국여자프로골프대상을 석권했다. 신인이 3관왕을 휩쓴 것은 박세리(96년), 이미나(2002년)에 이어 3번째였다. 국가대표로 활동하던 2002년에는 부산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을 따냈다.
2004년 말 LPGA 퀄리파잉스쿨을 공동12위로 통과한 김주미는 첫해인 2005년 22개 대회에 출전해 16차례나 컷을 통과하고 톱10에 2차례 들며 투어에 연착륙했다. 지난해 최고성적은 세이프웨이클래식 4위였다.
털털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김주미는 지난 겨울 새 코치 마이크 벤더를 영입해 스윙을 가다듬는 등 구슬땀을 흘렸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빨리 우승이 이뤄졌다"는 그는 "꿈을 꾸는 것처럼 흥분된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입력시간 : 2006/02/19 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