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6차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프로그램 문제에 대해 유연한 태도 변화를 시사해 주목되고 있다. 그 동안 북한은 HEU프로그램에 대해서 일관되게 존재자체를 부인해왔다. 따라서 `미국과 HEU프로그램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할 경우 회담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가 된다.미국은 HEU프로그램에 대해 `확증을 갖고 있으며 핵 폐기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북한은 모르쇠로 로 일관해 왔다.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 뒤에도 우라늄 프로그램으로 핵 카드를 놓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HEU 프로그램은 6자회담의 첫번째 걸림돌로 간주됐다.
한승주 주미대사가 최근 “북한이 플루토늄프로그램만의 동결을 말한다면 보상은 어렵다는 게 한미일 입장”이라고 말한 게 이런 맥락이다.
북한이 변화 조짐을 보인 것은 최근 들어서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핵 문제와 관련,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원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HEU프로그램과 관련해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섰다는 사실을 감지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북한이 HEU프로그램과 관련한 대화에 응하기로 한 계기는 것은 파키스탄으로부터의 프로그램 입수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북한을 10여차례 다녀가고 핵기술도 유출했다는 미국 주장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답변할 수 밖에 없는 궁지에 몰린 것이다. 미국측이 프로그램의 전모를 파악하고 핵물질 수출 가능성 등에 대해 통제에 들어간 만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증거를 미국이 제기한 만큼 주도권은 미국이 갖고 있는 셈”면서 “북한은 HEU프로그램에 대한 사찰을 받아들이느냐에 대한 결정을 놓고 고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이 다시 이 프로그램의 존재자체를 부인하고 나설 경우 6자 회담은 처음부터 전면적인 교착상태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HEU프로그램을 인정하지 않으면 6자회담은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는 이 같은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김정곤 기자 kimj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