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돌아온 정태수'

산업부 문성진기자 hnsj@sed.co.kr

산업부 문성진기자

20일 오후2시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 과거 한보그룹 사옥으로 쓰이던 이곳에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이 7년여 만에 돌아왔다. 한보철강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하기 위해 그가 자청한 기자회견 자리다. 옛 한보사옥에 들어선 정 전 총회장은 만감이 교차한 듯 눈을 지그시 감더니 말문을 열었다. 정 전 회장은 정치적인 사건으로 부도를 내기는 했지만 지난 7년간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았으며 한보철강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점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 97년 한보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으나 2002년 병으로 형집행이 정지됐다가 같은 해 12월 특별사면을 받았다. 정 전 회장은 자신이 구성한 ‘보광특수산업 컨소시엄’이 한보철강을 인수하면 총부채 6조1,000억원 중 3개월 내에 외자 도입을 통해 우선 5,000억원을 상환하고 3년 내에 추가로 1조원을 갚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나머지 부채 4조6,000억원은 향후 16년간 균등 상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앞서 지난달 예비실사 대상업체 신청을 했다가 법규(회사정리법 221조) 때문에 고배를 마셨다. 최후의 수단으로 ‘언론플레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실로 ‘정태수’다운 선택이다. 그는 과거 법과 상식이 허용하지 않는 수많은 일들을 정관계 로비나 언론플레이 등을 통해 가능하게 만들었다. YS정권의 최대 비리사건으로 꼽히는 수서비리, 거액의 불법대출 사건 등이 그 성과물이다. 그는 이번에도 언론플레이를 통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 전 회장 같은 이들의 ‘가능의 신화’가 초래한 비극은 국민 모두의 몫으로 돌아갔다. 정 전 회장은 6조원에 달하는 부도를 내고 제2의 국난이라 불리는 IMF 환란을 촉발했던 인물이다. 그는 법과 상식을 초월한 재벌총수의 전횡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너무도 또렷하게 보여줬다. ‘돌아온 정태수’는 다시 세상에 묻고 있다. 법과 상식으로는 안될지 모르지만 약간의 ‘반칙’은 가능한 것 아니냐고. 그러나 세상은 더이상 반칙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의 꿈은 시대착오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