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달 초 김정은의 초상화를 당과 사법ㆍ보안기관 간부 등에게 배포했으며, 주민들에게도 곧 나눠줄 예정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2일 전했다. 김정은 초상화 배포는 그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임을 대내적으로 공식 선포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양강도와 함경북도 청진시 소식통을 인용, 북한 당국이 11월1일 각 도당과 도 보위부 기요과(기밀문건 관리부서)에 김정은 초상화를 내려보내 6일부터 간부들에게 배포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초상화는 2종으로 ▦당 기관ㆍ검찰소ㆍ보안서에는 인민복 차림 ▦보위부에는 군복 차림이다. 보위부에는 김정은이 김정일 위원장과 문건을 검토하는 모습이 담긴 초상화(사업토의상)도 배포했다.
일반 주민들에게는 이달 중순부터 지방 당위원회와 선전선동부→ 각 기관 기업소ㆍ동사무소를 통해 배포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방 당위원회가 선전선동부 산하 문화회관ㆍ출판물보급소ㆍ예술선전대 간부들과 동사무소 일꾼들로 ‘초상화 검열조’를 조직해 개별 가정들에서 김일성ㆍ김정일 초상화의 보관 상태를 집중 검열하고 있다.
김정은 초상화는 9ㆍ28 노동당대표자회 참석자들에게 기념선물로 배포됐지만 '별도 지침이 있을 때까지 개별적으로 모시지(걸지) 말라'는 지시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었다.
북한 당국이 신문ㆍ방송 등을 총동원해 `김정은 띄우기'에 열을 올리는데 그치지 않고 초상화 배포를 서두르는 것은 예측불허인 김정일의 건강상태 때문에 권력세습을 조기에 매듭지어 김정일 사후 권력투쟁 소지를 막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김정일의 후광을 입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강박관념에서 후계 구축에 속도를 내는 것"이라며 "김정일도 살아 있을 때 후계 통치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9ㆍ28 당대표자회 직후 공식 서열 6위로 평가받다 이달 7일 발표된 조명록 군 총정치국장(당 정치국 상무위원, 국방위 제1부위원장 겸직)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서 김정일 위원장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북한 당국은 어리고 경력도 일천한 김정은을 신문ㆍ방송 등에 자주 노출시켜 주민ㆍ군부 등에 확고부동한 후계자라는 이미지를 심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4일자에서 김 위원장과 김정은이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현장을 시찰한 소식과 사진으로 전체 지면을 채웠다. 발행면수도 10면으로 평소(6면)보다 늘렸다. 조선중앙TV도 이날 같은 소식을 다루면서 사진 145장(인물 86장, 시설물 59장)을 내보냈다. 인물 사진 중 13장은 김 위원장과 김정은을 함께 찍은 것이고, 8장은 김정은에 초점을 맞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