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 '제3의 창업' 출발선] 이재용 전무 향후 행보는?

해외시장 개척하며 당분간 후계자 수업


삼성그룹은 강도 높은 경영쇄신안을 발표했지만 경영권 승계 구도를 깨뜨리진 않았다.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전략기획실 부회장 등이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퇴진한 것과는 달리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후계자 수업을 당분간 계속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감추지 않았다. 다만 에버랜드 전환사채 등에 이 전무가 관련된 만큼 당장 경영권을 이어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점도 반영됐다. 삼성은 이번 경영쇄신안에서 “이 전무는 삼성전자의 고객총괄책임자(CCO)를 사임한 후 주로 여건이 열악한 해외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체험하고 시장개척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 전무가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서는 대신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경력 쌓기를 이어가도록 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부회장도 “회장께서 이 전무가 경영 수업 중에 있고 아직 승계 문제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 “이 전무가 주주와 임직원 사회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승계할 경우 회사나 이 전무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무에게로의 승계 구도는 변함이 없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또 여론을 의식해 당분간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경영 수업에 전념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 전무가 해외시장에서 근무하면 승계작업이 한발 늦춰진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이 전무가 열악한 해외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할 경우에는 경영권 승계의 명분을 쌓을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이 전무는 삼성전자 해외사업장 중 비교적 실적이 저조한 곳이나 미래 성장동력과 연관된 사업 분야 중에서도 수년 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자리에서 경영 수업과 삼성 후계자 테스트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전무가 지난 2000년 e삼성 사업을 주도하다가 부진한 성적을 보이는 등 아직 삼성을 이끌 만한 역량을 갖췄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면서 “여건이 열악한 해외사업장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인다면 추후 경영권 승계 때 자질 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그룹 경영권 후계 구도와 관련해 이 전무가 그룹의 주력 분야인 전자ㆍ금융 계열그룹을 맡는 한편 비주력 분야를 단계적으로 그룹에서 분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무의 첫째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가 호텔과 화학 부문을, 둘째 동생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가 패션ㆍ의류ㆍ디자인 분야를 담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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