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출범 8개월 새 세번째 부동산대책이 나왔다. 대부분 부양책이었지만 번번히 호응을 얻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은 침체의 골만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대책에 이은 또다른 대책을 보면 정부가 시장을 이끄는 모습 대신 시장에 끌려다니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에 일각에서는 MB정부는 부동산대책만 있고 정책은 없는 ‘무정책 공화국’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정부가 지난 세제개편안 때 내놓은 거주요건 강화를 한번 보자. 정부는 양도세를 개편하면서 ‘거주요건 강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물론 양도세율 인하와 함께 거주요건을 강화해 투기 수요가 아닌 실거주 목적의 수요를 이끌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이해한다. 그러나 시장은 “미분양이 넘쳐나는데 웬 거주요건 강화냐”며 느닷없다는 반응이었다.
정부의 이 같은 카드가 나온 지 얼마나 됐을까. 정부는 여기 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지자 슬그머니 거주요건 강화 시기를 늦췄다. 미분양 아파트가 전국에 공식적으로만 16만가구에 이르러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거주요건 강화 카드는 오히려 미분양 아파트를 유도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양도세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오히려 거주요건을 완화했다면 주택 수요가 늘어나 미분양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고 주택 시장이 이처럼 처참하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이번에 다시 또다른 카드를 내놓았다. 집값 하락이 본격화되고 미분양 아파트로 건설사의 자금난이 심각해지자 이를 위해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뒤늦게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고 건설사가 분양받는 공공택지를 다시 매입해 건설사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적절한 처방을 했더라면 중환실로 가지 않아도 될 일반병실의 환자를 중환자실로 몰아넣고 긴급 처방을 내리는 모양새다.
이제는 정부가 중심을 잡고 ‘이제 집을 사도 된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줘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이 적어도 MB정부 하에서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확고하게 심어줘야만 거래에 숨통이 트이며 집값이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야말로 시장에 끌려다니면서 허겁지겁 내놓는 대책이 아니라 선제적인 정책으로 시장에 신뢰를 얻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