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풍부한 국제 유동성을 바탕으로 국내증시에서의 매수종목을 확대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한 주간 은행ㆍ증권주를 가장 많이 사들인데 이어, 13일에는 통신ㆍ보험ㆍ화학ㆍ운수창고ㆍ운수장비주 등 그 동안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주식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특히 외국인들은 이날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관련 시정연설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1,653억원을 순매수, 개인들의 1,548억원이 넘는 차익매물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전문가들은 “재신임 변수는 워낙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자는 심리가 우세한 것 같다”며 “전혀 감이 안 잡히는 재신임 변수 보다는 일단 코 앞에 닥친 기업 실적이나 경기지표 같은 변수에 집중하자는 논리가 앞섰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외국인 순매수 기조 속에 덜 오른 종목 및 업종별로 순환매가 일어나며 가격 갭(Gap) 메우기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200일 동안 지수대별 주요 매물대가 760~770선에 걸쳐있는 만큼 이 매물대의 상단 돌파 여부가 추가상승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은 증시=이날 외국인들은 노대통령의 재신임 시정연설과 관련, `팔자` 쪽으로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던 지수는 대통령의 시정연설중 외국인 매수세 전환과 함께 계속 오르기 시작해 장중 저점대비 10포인트 이상 뛰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재신임 국민투표와 토지공개념 도입 등의 언급이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우세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도 정치ㆍ경제적 주요 사안이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곤 했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되어가는 과정에서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매수 종목 확대=최근 외국인 매매의 가장 큰 특징은 IT주 위주의 매수세에서 벗어나 가격메리트가 있는 종목군으로 매기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이날 증권(402억원)ㆍ통신(333억원)ㆍ은행(306억원)ㆍ운수창고(185억원)ㆍ운수장비(157억원)ㆍ화학(159억원) 업종 등을 사들였다.
LG화재는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지난 8월20일 이후 두 달 만에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이 달 초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등 일부 정보기술(IT)주 위주의 편식현상을 보이던 것과는 크게 다른 흐름이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가는 “외국인들이 IT주에 대한 가격부담이 커지자 금융ㆍ통신주 등 반등 폭이 미진했던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일부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렇지만 이들 종목이 시장의 향후 추세를 결정짓기는 힘들며 결국 IT주로 매기가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760~770 매물대 돌파 여부가 추가상승 결정할 듯=전문가들은 한ㆍ미 양국증시가 나란히 기술적 저항선을 돌파한데 이어, 긍정적인 어닝시즌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동반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추가상승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되, 그 폭은 직전 고점이 위치한 760~770선의 매물대 돌파여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200일기준 지수대별 거래량을 보면 지난 주 돌파한 730~750선은 매물대가 급격히 줄어드는 구간이었다. 반면 760선 전후에는 주요 매물대가 집중되어 있고 770선은 최근 한달 보름 동안의 고점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주 반등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날 종합주가지수가 오름세를 지속하지 못하고 장 후반 소폭 밀리면서 마감한 것도 이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ㆍ4분기에도 어닝시즌 직전에 주가가 저점을 형성한 뒤 2~3주에 걸쳐 반등세가 나타났다”며 “매물대가 집중되어 있는 760~770선에서 숨고르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외국인선호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